전국과학대회 3등 입상하며 SNS 통해 논문대필 논란 불붙어
과학자 부모의 연구분야와 일치… 수능폐지 대비한 ‘스펙쌓기’ 의혹
‘직장암 발생·성장 과정 중 C10orf67 세포의 기능 및 메커니즘 연구.’
지난해 중국 청소년 과학기술혁신대회에서 3등 상을 받은 연구의 주제다. 석사 수준으로 평가되는 이 어려운 주제의 논문을 초등학생이 써서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에서 ‘논문 대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신징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윈난성 쿤밍시에 사는 한 소년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직장암 관련 특정 세포 연구로 청소년 과학기술혁신대회에서 수상했다. 중국 교육부와 과학협회, 과학기술부 등이 주관하는 이 대회는 입시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과학기술 학술대회다.
이후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해당 논문 내용이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어린 학생이 과제를 혼자 했다고는 보기 힘든 정황이 드러났다. ‘부모가 대신 써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 소년의 부모가 모두 중국과학원 쿤밍동물연구소의 연구원인 사실이 드러났다. 소년이 제출한 과제와 부모의 연구 분야가 일치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쿤밍동물연구소 측은 관련 논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중국의 대학입시 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파장을 낳고 있다. 중국 SNS 웨이보 등에서는 “대학 진학 가산점을 노리고 부모의 연구 성과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쏟아졌다. 현재 중국에서는 일률적으로 줄을 세우는 대학입시인 가오카오(高考)를 없애고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오카오를 없애면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이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더 쉬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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