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자국 내 모든 통신사들에 화웨이 제품을 2027년까지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제한적 허용’이라는 기존 방침을 깨고 전면 퇴출을 선언한 것이다. 화웨이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승리라는 평가 속에 그 빈자리를 삼성전자가 메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영국 “화웨이 5G 장비 전면 철거…법적 강제” :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리버 다우든 영국 미디어 장관은 하원에 출석해 “영국 통신사업자들은 올해 12월31일부터 화웨이 5G 부품을 구매하는 것이 금지되고 모든 화웨이 장비를 2027년까지 철거해 다른 장비로 대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의무사항이 법으로 제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우든 장관은 그 이유로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의 제조품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는 영국 5G 네트워크 내 화웨이 장비 존재에 대한 안보 평가를 크게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다우든 장관은 또 “미국이 화웨이에 가한 제재로 인해 화웨이 장비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영국은 화웨이 5G 통신장비에 더 이상 확신을 갖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의 승리…화웨이 퇴출 잇따를 듯” : AFP통신은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의 지정학적, 무역 싸움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영국의 결정은 미국이 화웨이 컴퓨터칩에 부과한 새 규제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영국은 화웨이를 전면 배제하라는 미국의 압박에도 핵심 부분 접근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화웨이를 5G 통신망 장비의 공급자로 선정했었다. 그러다 최근 미국의 추가 제재로 화웨이 사업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면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화웨이 퇴출을 계기로 안보 우려가 있는 중국 기술을 배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했다. 이미 영국뿐 아니라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가 화웨이 장비를 자국 5G 사업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유럽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주 프랑스 파리에서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인사들과 만나 화웨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 화웨이 “실망스럽다…영국 고객에 나쁜 소식” : 영국 정부의 정책 변경에 화웨이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웨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영국 정부의 결정이 “휴대전화를 가진 영국 내 누구에게나 나쁜 소식”이라며 “영국의 디지털화를 늦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또 영국 정부에 화웨이 금지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며 “우리는 여전히 미국의 새로운 제재가 영국에 대한 우리 제품 공급의 안정이나 안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韓삼성전자에 호재될 수 : 이날 결정이 한국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다우든 장관은 이날 삼성전자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화웨이를 대체하기 위해 우선 두 통신장비업체 스웨덴 에릭슨과 핀란드 노키아가 보호될 필요가 있다”며 “둘째로는 삼성과 NEC 등 다른 새로운 공급업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영국의 5G 구축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우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9일 영국 하원 위원회에 참석, 삼성이 영국에 5G 통신망을 제공할 수 있는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분명히 할 수 있다(Yes we can, definitely)”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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