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모델 좀 워킹을 봐. 패션쇼가 영화의 한 장면 같네.”
14일(현지시간) 오후 이탈리아 밀라노의 상징 두오모 대성당 일대에 사람들이 몰려 탄성을 질렀다. 대성당 외벽에 설치된 대형스크린 속에서 프라다 비베타 등 명품 브랜드가 내년 신상품을 소개하는 패션쇼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이날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패션위크’가 열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사람들을 모여 모델들의 워킹을 보는 기존 패션쇼 개최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17일까지 40여개의 세계 주요 명품업체들이 내년 봄, 여름에 유행할 새로운 디자인의 의상을 디지털 영상 형식으로 제작해 밀라노 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화면을 통해 선보이게 된다. 프라다의 경우 이날 영상 분야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바지, 레깅스, 롱코트 등 신제품을 영화적 연출로 선보여 화제가 됐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인 돌체앤가바나, 에트로 등도 이번 주 내 디지털 패션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에서는 매년 두 차례 다음 시즌에 유행할 패션은 선보이는 ‘패션위크’ 행사가 열린다. 이 기간 동안 세계 유명 디자이너, 명품 브랜드, 연예인, 바이어 등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그러나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 패션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각 정부가 코로나19 봉쇄령의 일환으로 1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하면서 대부분의 대형 패션쇼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매년 2월과 9월 두 차례 열리는 밀라노 패션위크 역시 마찬가지. 2월 대부분 행사가 진행 도중 취소됐다. 특히 밀라노가 속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州)를 중심으로 2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해지자, 당시 밀라노 패션위크의 핵심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패션쇼를 ‘무관중’으로 전환해 진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세계 패션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이탈리아 패션업계 매출은 약 670억 유로(약 91조)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최소 30% 이상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상성과 다른 정상성을 찾아야 한다”며 코로나19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방식의 패션산업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무역투자청 카를로 마리아 페로 회장은 “밀라노에서 다시 패션사업이 시작되면서 활기가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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