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보도 부인 안한 美국방부 “재배치 문제 곧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0일 03시 00분


WSJ “주한미군 감축안 제시” 파장… “해외 미군 재배치 일상적 검토”
주한미군 감축 현실화 가능성… 일각 “결국 방위비 증액 압박 카드”
美 여야 모두 반발… 여론도 부정적, 재선 속타는 트럼프 강행할 수도

미 괌 기지에 도착한 ‘죽음의 백조’ B-1B 전략폭격기. B-1B 4대가 괌에 배치된 것을 두고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홈페이지
미 괌 기지에 도착한 ‘죽음의 백조’ B-1B 전략폭격기. B-1B 4대가 괌에 배치된 것을 두고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홈페이지
미국 대선을 불과 100여 일 앞둔 시점에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백악관과 국방부의 움직임을 다룬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이어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계획에 대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언급까지 나오면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을 포함해 전 세계의 해외 주둔 미군을 철수(감축)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해 올해 3월 백악관에 제시했다.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중동 모두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WSJ는 특히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에 이어 한국에서의 미군 감축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인 현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 국방부가 WSJ 보도에 대해 “언론의 추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인하지 않은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오히려 “우리는 전 세계 미군 배치 태세를 일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해외 주둔 재배치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의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을 언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보다 큰 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구상의 일환으로 검토된다면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스퍼 장관은 같은 날 배포한 국가국방전략(NDS) 이행 보고자료에서 “앞으로 몇 개월 내에 인도태평양사령부 등 몇몇 전투사령부의 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태평양사령부에는 주한미군이 속해 있다. 이어 “백지 상태에서 각 전투사령부가 기존 임무와 태세를 통합,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에스퍼 장관 취임 이후 1년간 NDS의 이행 성과를 정리한 이 자료에서 주독미군 9500명의 감축은 유럽사령부(EUCOM)의 이행 실적 중 하나로 소개됐다.

미 의회에서는 여야 모두 비판과 우려를 쏟아냈다. 마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도 한국을 필요로 하고 한국도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런 종류의 전략적 무능은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웨스턴켄터키대 산하 국제여론연구소(IPOL)의 티머시 리치 교수 연구팀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응답자의 42.9%는 반대, 26.8%는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전 세계 주둔 미군의 운영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검토 및 점검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라며 “주한미군의 감축과 관련해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주독미군 감축은 국방부 및 외교안보 라인의 고위 당국자 대부분이 모른 상태에서 결정됐고, 논의 과정에서 당사국인 독일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미국 국방부#주한미군#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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