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방역 국가’ 평가 남아공, 36만명 육박 세계 5위 확진국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0일 14시 47분


아프리카의 경제대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휩싸였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9일(현지 시간) 기준 남아공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6만4328명(사망자 5033명)으로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체 누적 확진자(72만4702명)의 절반이 남아공에서 발생한 셈이다.

남아공은 올해 3~4월까지만 해도 ‘모범 방역 국가’에 속했다. 3월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야간 통행과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봉쇄 조치로 확산을 잘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봉쇄 완화에 들어가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 누적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 뒤 한달도 안돼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달 9일부터는 매일 신규 확진자가 1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현지에선 경제 중심지 요하네스버그 인근 흑인 빈민가 소웨토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남아공 보건당국에 따르면 소웨토가 포함된 하우텡주(州)의 감염자 수는 13만3617명(전체의 36.7%)으로 다른 지역을 크게 웃돌고 있다. 소웨토 지역에선 판자촌을 연상케 하는 밀집된 간이 주택에서 대가족이 거주하는 사례가 많다. 이 주택 중 많은 수는 상·하수도, 화장실, 창문 같은 기본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지 한국 기업인은 “소웨토에선 가족이나 이웃간 사회적 거리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흑인들이 출·퇴근 때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지키기 어렵고, 설상가상 돈이 없어 마스크를 구입하는 이들도 적다”고 말했다.

소웨토 등 흑인 빈민가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향후 남아공의 고질적인 문제인 빈부격차와 인종 간 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남아공은 상위 10%의 부자(절대다수가 백인)가 전체 부의 71%(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50%)를 차지하고 있고, 흑인이 다수인 하위 60%는 7%의 부만 소유하고 있다.

당분간 남아공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많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과 의료용 산소가 부족하고, 남반구라 현재 계절이 코로나19가 더욱 잘 확산되는 겨울이기 때문이다. 최근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요하네스버그, 프레토리아, 소웨토 같은 지역은 아침과 저녁 때 섭씨 10도 미만의 쌀쌀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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