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예스맨(Yesman)’이라고 불렸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연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되는 발언을 내놓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에스퍼 장관이 주한미군 철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을 비롯,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군에서 남부연합기 게양을 금지한 것은 물론, 조지 플로이드 사망 시위에 연방군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등 그는 최근 들어 사사건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장면 –① : “국방부 주한미군 철수 지시 내린 적 없어”
21일(현지시간) 에스퍼 장관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어떠한 지시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는 최근 언론 보도를 정면으로 부인한 것.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화상 세미나에서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문에 “한반도에서 군대를 철수하라는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병력이 최적화돼 있는지는 확인할 것”이라고만 덧붙였다.
앞서 지난 17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관계자를 인용,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미 국방부의 이번 검토가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의견차를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며 미 합동참모본부가 전 세계의 미군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주둔군 규모를 축소할지 광범위하게 재검토했으며, 그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구조를 다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튿날 사설에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독일·한국에서 미군 병력 철수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주한미군을 철수 또는 감축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는 말로 이같은 보도를 일거에 일축했다.
# 장면 –② : 남부연합기 게양 금지
그는 또 최근 전 세계 미군 시설에서 남부연합기 게양을 사실상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연합의 역사를 옹호하는 상황에서 에스퍼 장관이 인종차별 반대 여론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
지난 17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이날 분열적 상징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깃발을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남부연합기를 명시적으로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남부연합기 사용을 금지한 것이라고 WP는 해석했다.
남부연합은 1861년 노예제를 고수하며 합중국을 탈퇴한 미국 남부지역 11개 주가 결성한 국가로,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연합기가 미국의 전통을 담고 있다며 이의 게양을 찬성하고 있다.
# 장면-③ : 연방군 시위에 투입 거부
에스퍼 장관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도 연방군의 시위 현장 투입을 반대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지난달 1일 트럼프 대통령은 각 주지사들에게 주 방위군을 파견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연방군을 투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소요사태 진압 목적으로 군 병력을 배치하려면 1807년 발효된 ‘폭동진압법’을 근거로 해야 한다. 이 법이 마지막으로 발동된 건 1992년 흑인 로드니 킹 사건으로 촉발된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다.
그러나 이날 에스퍼 장관은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정규군의 투입에 반대했다.
◇ 에스퍼 더이상 예스맨 아냐 :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에스퍼 장관은 최근 들어 이전까지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전·현직 당국자 10여명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쓴 ‘예스맨 평판을 벗어던지려는 트럼프의 국방장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에스퍼 장관의 행적과 최근 행보를 상세히 짚었다.
무조건적 충성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반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한때 에스퍼 장관의 별명은 ‘예스퍼(Yes-per)’였다. ‘예스(Yes)’와 그의 이름(Esper)을 합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스맨’이라는 조롱을 담은 것이다. 그런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등 상전벽해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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