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코로나19를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심각성을 인정하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여론이 재선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대국민 메시지의 톤을 조절하고 나선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상황은 불행히도 좋아지기 전까지는 아마 악화될 것”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TF 브리핑을 연 것은 약 3개월 만이다.
그는 브리핑 시작 직후에는 “하나의 가족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잃은 모든 생명에 대해 애도한다”며 “이들을 기리며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선벨트(sunbelt) 지역’을 중심으로 한 남부의 코로나19 증가세에 대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고, 코로나19 상황을 작은 불꽃(embers) 정도로 표현하던 기존 발언을 뒤집고 “지금은 큰 화재가 났고 불행히도 다소 어려운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또 그는 “마스크가 좋든 싫든 영향이 있고 우리는 해야 할 모든 것을 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나는 마스크에 익숙해지고 있고 이를 착용한다”며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보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톤이 비관적으로 변했다”며 “그의 기존 전략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하루 6만7000여 명이 추가되며 모두 400만 명을 돌파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1119명이 늘어나며 14만4953명까지 치솟았다. 7월 들어 하루에 사망자가 1000명 이상 나온 것은 처음이다. 네바다, 테네시, 오리곤주 등에서 하루 단위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오면서 5월 29일 당시 고점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백신 개발에 진전이 있으며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적 발언도 내놨다. “다음 브리핑에서는 잘 나가고 있는 경제 같은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다”고도 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나 데버라 벅스 백악관 TF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 배석하지 않았다. 파우치 소장은 브리핑 시작 1시간 전에 가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브리핑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실제 확진자 수는 보고된 사례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이날 밝혔다. CDC가 미국 10개 지역에서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발생한 사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코네티컷주의 경우 실제 감염률이 보고된 수치의 6배, 미주리주는 무려 24배에 달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하루 70만 건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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