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영국해외시민 여권 보유했던 홍콩인도 이민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03시 00분


홍콩인구 40%인 300만명 대상, 中 “국제법 위반… 내정 간섭” 반발
佛, 화웨이 장비 2028년까지 퇴출

영국 정부가 22일(현지 시간) ‘영국해외시민(BNO·British National Overseas)’ 여권을 보유하고 있거나 과거에 소지했던 홍콩인들의 영국 이민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에 위협을 느껴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대규모 이민 허용을 공식화한 것. 같은 날 프랑스는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자국에서 사실상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압박 정책에 유럽 주요국들이 적극 동참하며 서방과 중국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BBC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2021년 1월부터 BNO 여권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비자 신청을 받고, (이들에게) 기술 시험과 최저 소득 등의 요건을 요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BNO 여권은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 전인 1997년 7월까지 홍콩인에게 발급했던 일종의 특수 여권으로 반년간 무비자로 영국에 머무를 수 있다. 앞으로 BNO 여권을 가지고 있거나 과거에 소지했던 홍콩인들은 내년부터 5년간 영국에서 거주하며 일을 할 경우 ‘정착 지위’가 부여된다. 그리고 1년 뒤에는 영국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다. BNO 여권을 현재 소지했거나 과거 가졌던 홍콩인은 총 300만여 명으로 홍콩 인구(약 750만 명)의 40% 정도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BNO 여권을 유효한 서류로 인정하지 않는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런던 주재 중국대사관도 성명에서 “홍콩인들이 영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영국의 정책은 국제법 위반이며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면허 갱신을 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통신장비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프랑스 사이버보안국(ANSSI)은 자국 통신사들이 사용 중인 에릭슨이나 노키아 장비에는 8년짜리 면허를, 화웨이 장비에는 3∼5년짜리 면허를 내줬다. 또 비공식적으로 통신사들에 “향후 화웨이 장비는 면허 갱신이 안 될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프랑스는 2028년까지 화웨이 장비를 퇴출시킬 계획이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영국#홍콩인#이민#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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