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이 법을 무시”…청문회서 진땀 뺀 ‘트럼프 꼭두각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9일 15시 18분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취임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출석한 의회 청문회에서 정치 중립성을 따져 묻는 야당 의원들에게 난타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비난받아온 바 장관을 향해 대통령의 측근 사면과 인종차별 항의시위 대응의 문제점을 공격하는 비판이 쏟아져 ‘트럼프 대리 청문회’를 방불케했다.

28일(현지 시간)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악의 실패를 부추기고 지원했다”며 “지금의 법무부는 자유와 정의를 훼손해서라도 대통령의 적(敵)은 처벌받고 동지는 보호받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비판했다. 법무부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기소를 취하한 것,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측근인 로저 스톤에 대한 구형량을 낮추고 사실상 사면되도록 한 것 등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그는 바 장관을 향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약화시키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지적하면서 “부끄러운 줄 알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요원을 투입한 가운데 연일 과격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오리건주 포틀랜주 사태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포틀랜드 시위 대응에 대해 “평화적인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교외지역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함으로써 재선에 유리하게 만들려는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고 맹공했다. 일부 과격 시위대를 제외하면 고등학생과 ‘엄마 부대’들의 참여 속에 평화적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연방요원들이 최루가스를 사용하며 과잉진압하고 있다는 것.

바 장관은 이에 “과격한 폭도와 무정부주의자들이 합법적인 시위를 무분별한 대혼란과 파괴적 상황으로 바꿔놨다”고 주장했다. 연방요원 투입에 대해서는 “연방건물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포틀랜드 시 당국자들이 평화를 지킬 의무를 져버렸기 때문에 연방군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경찰의 인종차별적인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올해 경찰에 총격당한 백인이 11명으로 흑인 8명보다 많다”며 맞섰지만, 이는 곧 “인종비율로 따지면 흑인의 피해 비율이 훨씬 높은 사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당의 공격이 이어지자 바 장관은 거센 설전 속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그 망할 질문에 대답하겠다”는 식으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로저 스톤의 사면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친구라는 이유로 더 가혹하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며 “67세 노인에게 7~9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이런 그를 향해 행크 존슨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바 장관은 2월 스톤에 대한 구형량을 낮추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무부의 전직 검사 및 법무부 관료 1100여 명으로부터 사임하라는 공개 요구를 받았다.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 등과 관련해 바 장관에게 수차례 의회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는 지금까지 이에 응하지 않아 “법무장관이 법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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