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7월 4일 美독립기념일에 순항미사일 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0일 0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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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서 시험발사, 수백km 날아가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 시간) 대함 순항미사일(anti-ship cruise missile) 시험 발사를 실시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파이브 아이스’(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5개국 정보동맹체)와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4일 북한 동해안에서 순항미사일이 발사돼 수백 km를 날아가 동해에 낙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사 지점은 함경남도 선덕비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미사일 단발(single missile test) 시험으로 사거리 개선 정확도 등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외 과시용이 아닌 (성능 개량용) 연구개발(R&D) 시험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2017년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지대함 순항미사일인 ‘금성-3호’를 시험 발사했다. 올 4월에도 강원 문천 일대에서 금성-3호로 추정되는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3년가량이었던 순항미사일 발사 주기가 이번엔 3개월로 짧아진 셈이다. 북한은 이번에 사거리와 속도를 늘리고 요격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 하늘로 솟구친 뒤 내리꽂히는 ‘팝업(pop up)’ 공격 등을 보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의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고도 2km 이하로 비행해 레이더 탐지가 쉽지 않으며 공중에서 1, 2회 선회비행을 해 정확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 北, 미사일 정확도 시험… 한미, 발사 사실 공개안해 ▼

北과 대화무드 조성 감안한듯

이에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초계활동을 펼치는 우리 함정에 직접적 위협이 되며,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 항모강습단 등의 작전을 지연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앞서 북한이 총선을 하루 앞둔 4월 14일 오전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군은 오후에 관련 사실을 확인해 늦장 공개란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발사는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이 ‘로키’ 행보를 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하계훈련 일환으로 판단했다”며 “의미를 둘 만한 움직임은 아니어서 별도로 공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은 아니다.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번엔 한미가 의도적으로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 집행부와의 화상 정상회의에서 “북-미가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도록 한국은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힌 지 나흘 만에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비슷한 시기 워싱턴에서는 미국 대선 전 ‘10월 서프라이즈’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로키 대응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한반도 상황 관리 측면에서 정무적인 판단이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 최선 채널A 기자
#북한#순항미사일#미국 독립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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