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불려나간 ‘테크 공룡’ CEO들…각종 의혹 해명에 ‘진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0일 15시 02분


아마존·애플·구글·페이스북 등 미국의 4대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꺼번에 미 의회 청문회장에 불려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상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이들 ‘빅4’의 CEO가 모두 의회에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의원들은 이들 ‘테크 공룡’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중소·신생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CEO들은 “독점이 아니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 미 의회,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불법 의혹 총공세

29일 오후(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 청문회는 5시간 이상 진행됐다.

데이비드 시실린 반독점소위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 선조들은 왕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우리도 ‘온라인 경제의 황제들’에게 숙이지 않을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시실린 위원장은 “이 기업들의 활동은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파괴하며 비용을 높이는 등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줬다”며 “간단히 말해 이들의 파워가 너무 세다”고 지적했다.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민주당)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려는 이유로 “이 회사가 우리를 아프게 할 수 있다”고 말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잠재적인 경쟁자를 인수합병하는 것은 반독점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당신은 경쟁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샀다”고 저커버그 CEO를 비판했다.

루시 카이 맥베스 의원(민주당)은 팀 쿡 애플 CEO에게 애플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관리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 뒤에 타사의 경쟁 앱을 무단 퇴출시키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캐물었다. 의원들은 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를 향해 “온라인마켓 판매자의 데이터를 이용해 자사의 경쟁 제품을 만들면서 뒤통수를 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구글에 대해서는 광고 부문 점유율이 너무 높다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실린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이들 기업은 모두 독점기업임이 드러났다”며 “일부 기업은 분할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 CEO들 “치열한 경쟁 한다” 해명에 진땀

코너에 몰린 CEO들은 “우리는 극심한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각종 불법 의혹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쿡 애플 CEO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화웨이 등을 거론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극심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마켓의 75%를 장악하고 있다고 공격받은 베이조스 CEO는 월마트 코스트코 타깃 등을 자신의 경쟁 기업을 열거했고,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온라인 광고 비용이 지난 10년 간 40%나 낮아졌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아예 “페이스북은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이라며 “미국의 테크 기업들은 민주주의와 경쟁, 포용의 가치 등을 공유하지만 중국은 이와는 매우 다른 개념의 인터넷 기업을 만들고 있다”며 애국심에 호소하는 발언을 했다.

베이조스 CEO도 청문회 서면 증언에서 17세에 자신을 임신한 어머니와 쿠바 출신 양아버지 등 어려웠던 가정환경을 언급했다. 자신이 빈털터리에서 세계 최고 부호로 올라선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임을 강조해 의원들의 심기를 누그러뜨리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이 쉽게 위기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이들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엄청난 과징금을 물게 될 수 있고 심지어 여러 기업으로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선 석유회사 스탠더드오일이나 통신사 AT&T 등 많은 독과점 기업들이 실제로 정부 규제에 따라 강제 분할된 바 있다.

더군다나 이들 기업의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이고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문회를 앞두고 트위터를 통해 “만약 의회가 빅테크에게 공정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내가 행정명령을 내려서라도 해결하겠다”고 거들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