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G7 정상회의,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 북미대화 중재-한일관계 개선 기회 더 멀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2일 03시 00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 이후 북-미 협상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10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확대정상회의도 대선 뒤로 미루겠다고 밝히면서 대선 전 북-미 대화를 중재하려던 한국 정부의 구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애초 G7 회의를) 9월에 열기로 했지만 나는 대선(11월 3일) 이후 어느 시점에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에는 “대선에서 이기면 북한과 매우 빠르게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9월 G7 확대정상회의에 참석해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설득하려던 정부의 구상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동아일보에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북-미 정상회담은 사실상 어렵다. 기회의 창이 매우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새 외교안보 라인은 G7 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보유 중인 핵심 핵 시설 일부를 폐기하면 미국이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스몰딜+α’ 방안 등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한일 관계를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볼 기회를 빠른 시일 안에 찾기도 어려워졌다.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매각 절차가 시작돼 양국 관계는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한일 갈등이 양국 간 실무 협의로 전혀 풀리지 않고 있는 만큼 청와대는 G7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안팎에선 G7 회의에서 바로 돌파구를 만들기는 어려워도 정상 간 관계를 편안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가 애초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즉흥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G7 회의 한국 초청, G7 확대 구상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독일을 방문한 뒤 11일 귀국하면서 “이번 G7 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걸 넘어 멤버십(회원국)을 확대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G7 확대는) 회원국 간 많은 논의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G7 회원국 참여 지지를 요청하려고 독일까지 방문했지만 돌연 트럼프 대통령의 연기 발언으로 G7 회의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전략적) 변수를 고려해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고 이를 기초로 움직여야 한다”며 “미 대선 이후 내년 초까지 큰 변화가 없으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자체가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 한기재 기자
#트럼프#기자회견#주요7개국확대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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