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 지원한 국부펀드 대표 밝혀
러 백신에 우호적인 필리핀 정부 “3상 시험, 우리가 진행하겠다”
11일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등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기존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백신을 살짝 바꾼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이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백신 개발비를 지원한 러시아 국부펀드 ‘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12일 미국 CNBC에 “메르스 백신을 살짝 변형시켜 코로나19 백신으로 만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이 메르스 사태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해 다행”이라며 “러시아는 항상 백신 연구의 선두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 달 본격 생산을 시작하며 다른 나라는 11, 12월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장관 역시 “외국이 러시아 백신의 경쟁 우위 때문에 근거 없는 의견을 제기한다”며 안전성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제약사 ‘아르파름’의 알렉세이 레피크 대표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해외 공급용 백신의 가격은 2회분에 최소 10달러(약 1만2000원)”라며 “생산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러시아 대신 이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자국에서 진행할 뜻을 밝혔다. 중국 백신 전문가 타오 리나도 13일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서방이 러시아 백신을 우려하는 이유는 자국의 백신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남미 브라질의 일부 주(州)와 중미의 과테말라도 러시아 백신을 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과학매체 네이처는 “이 백신의 임상시험 대상자가 38명에 불과했다”며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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