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쓰러진 푸틴의 정적… 차 마시고 의식불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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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前러시아진보당 대표
작년 구금때도 화학물질로 발작… 反푸틴 인사 의문의 사고 잇달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평가받는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4)가 차(茶)를 마신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고 영국 BBC 등이 전했다.

나발니 전 대표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시는 20일 트위터에 “나발니가 비행기를 타고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던 중 기내 화장실에서 쓰러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가 이날 오전에 마신 것은 (공항 카페에서 마신) 차가 유일하다”며 “의사들이 말하길 뜨거운 액체에 섞인 독극물은 흡수가 더 빠르다고 한다”고 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옴스크 제1구급병원 소식통을 인용해 나발니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전했다. 야르미시 대변인은 두 번째 트위터에서 “병원이 독성 성분 검사를 미루고 있다.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변호사인 나발니는 2008년 블로그를 통해 러시아 국영기업의 부정을 고발하며 이름을 알렸다. 여러 차례 반정부 시위를 이끌며 투옥을 반복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2036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게 되자 “국민투표는 가짜”, “위헌”이라고 강력히 비판해 왔다. 지난해 7월 구금된 상태에서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켰을 때 주치의는 화학물질 중독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동안 의문사한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 적지 않다.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2006년 인공방사능 물질 폴로늄이 든 차를 마시고 영국에서 사망했다. 유력 야권 지도자였던 보리스 넴초프는 2015년 2월 모스크바의 다리 위에서 괴한들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러시아 정보기관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는 2018년 3월 영국 남부 솔즈베리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에 노출됐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나발니#푸틴#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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