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어둠의 계절을 이겨내자” 美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동맹과 함께”… 北-中 강경책 시사
“지금 대통령은 미국 보호 실패” 트럼프 한번도 언급않고 실정 지적
트럼프는 바이든 고향서 재뿌리기 “47년간 말뿐, 아무것도 안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사진)이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 시간)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대통령을 맡겨준다면 어둠이 아닌 빛의 동맹이 되겠다”며 “함께 힘을 모아 이 어둠의 계절을 이겨내자”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는 앞으로 75일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너무 많은 분노와 공포, 분열을 일으켰다”며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금의 대통령은 우리를, 미국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 나의 미국인 동지들이여, 이것은 용서가 안 되는 일이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 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컨벤션센터. 청중 없이 무대에 홀로 선 조 바이든 대선후보는 평소의 온건한 이미지와 달리 단호했고 매서웠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초래된 “미국의 암흑기라는 장(chapter)을 끝내는 일이 오늘밤 여기서 시작됐다고 역사가 말하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직 대통령(current president)’ 등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는 표현을 쓰면서 현재의 위기가 그의 실정 때문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지지 않고, 앞서서 이끌기를 거부하며 다른 이들을 비난하고 증오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맹폭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실패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그는 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적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기적도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기 상황의 미국을 ‘암흑기’로 규정한 그는 이에 맞설 ‘빛’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트럼프와 자신을 대비시켰다. 흑인 시민운동가인 엘라 베이커의 “사람들에게 빛을 주라, 그러면 그들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란 말도 인용했다. 그는 ‘나라의 영혼을 위한 전투’로 규정하면서 “민주당 후보이지만 미국 전체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당선 시 외교 분야의 대전환도 예고했다. 그는 “동맹 및 친구들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던 날들은 끝났다는 것을 우리의 정적(국가)들에 분명히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대해 강경한 외교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존 네그로폰테 초대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70명이 넘는 공화당 소속 전직 외교안보 분야 고위 관료들은 이날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바이든 후보는 1972년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전당대회에만 12번 참석한 끝에 주인공으로 직접 무대에 서게 됐다. ‘바이든이 이날 연설을 얼마나 준비해 왔냐’는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바이든의 측근인 테리 매컬리프는 “한평생”이라고 답했다. 연설을 마친 바이든 후보가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및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부부와 함께 컨벤션센터 밖에 깜짝 등장하자 짧은 불꽃놀이가 진행됐고 지지자들은 성조기를 흔들고 경적을 울려대며 환호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후보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를 방문해 유세를 진행하며 대놓고 ‘재 뿌리기’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 전당대회가 시작된 오후 9시에는 폭스뉴스와 ‘맞불 인터뷰’를 했고, 트윗으로 바이든의 연설을 폄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매우 날카로운’ 외국 지도자를 상대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바이든의 연설 중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조(바이든)는 47년간 그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들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말뿐이며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공화당은 24일부터 나흘간 전당대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공식 후보로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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