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건강이상설로 ‘포스트 아베’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주요 후보인 고노 다로(河野太郞·57·사진) 방위상이 ‘모계 일왕’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집권 자민당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모계 일왕에 부정적인 경쟁자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이 의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NHK방송에 따르면 고노 방위상은 25일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에서 부계 상속만 고집하면 위험할 수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의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틀 전 인터넷 방송에서도 “나루히토(德仁·60)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愛子·19) 공주가 훗날 아이를 낳으면 그를 일왕으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왕실은 남자의 왕위 계승만 인정한다. 현재 1순위는 일왕의 동생 후미히토(文仁·55) 왕세제, 2위는 그의 아들 히사히토(悠仁·14)지만 일왕 형제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설이 끊이지 않는다. 고노 방위상이 장관 업무와 무관한 이 문제를 굳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것은 일왕을 향한 유권자의 높은 충성심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른 후보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닛테레방송은 최근 기시다 정조회장이 퇴근 후 직접 장을 보고 아들과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는 모습을 내보냈다. 아베 총리의 정적으로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당내 실력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만나며 세 불리기에 나섰다. 25일 아사히신문은 “유력 총리 후보인 기시다와 이시바 모두 결정타가 부족해 스가 관방장관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판세를 분석했다.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가 28일경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건강 상태, 조기 퇴진설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총리 최측근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25일 로이터통신에 “총리가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며 조기 퇴진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총리가 병을 이유로 조기 사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럴 바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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