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로 경찰관 치어 숨지게 해… 음주-마약 혐의에도 보석금 석방
反정부 시위 격화에 총리 “재수사”
뺑소니 사고를 내고 해외에서 호화 도피생활을 해온 태국 재벌 3세에 대한 체포영장이 8년 만에 발부됐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워낙 커 태국 정부가 뒤늦게 나섰지만 실제 체포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체포를 사실상 가능케 했던 태국의 반정부 시위 또한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방콕 법원은 25일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 워라윳 유위타야(35·사진)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혐의는 부주의한 운전으로 인한 과실치사, 피해자 구조 소홀, 코카인 불법 복용 3가지다. 유위타야 가문은 202억 달러(약 24조 원) 재산을 보유한 태국 2위 부호로 레드불 지분 51%를 소유했다.
워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페라리를 시속 177km로 운전하다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경찰관은 페라리에 매달린 채 200m를 끌려가다 사망했다. 현장에서 도주한 워라윳은 자택에서 체포됐다.
당시에도 음주, 과속, 코카인 복용 등 그의 각종 범법 사실이 확인됐지만 경찰은 그를 체포하지 않았다. “사고 전이 아닌 사고 후에 술을 마셨다”는 워라윳의 일방적 진술을 받아들였고 사망자의 동료가 워라윳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보석금 50만 밧(약 1900만 원)을 내고 석방됐고 해외로 도피했다. 워라윳은 검찰 소환에 7차례나 불응했고 전용기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호화 생활을 즐겼다.
지난달 검찰은 워라윳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 결정이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왕실을 비판하는 반정부 시위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모른 척하던 쁘라윳 총리가 나섰다. 쁘라윳 총리는 4일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재수사 결과 워라윳의 과속 및 혈액 내 코카인 성분 검출이 확인됐다.
태국에서는 7월 중순부터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쁘라윳 정권의 경제 실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처 등을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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