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추가’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 암 검사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28일 집권 자민당 관계자를 인용, “아베 총리가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돼 오봉(お盆·한국의 추석과 유사한 일본 명절로서 양력 8월15일) 연휴기간 게이오(慶應)대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을 때 암 검사도 했다고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오전 10시30분부터 약 7시간30분간에 걸쳐 게이오대 병원에서 추가 건강검진과 함께 궤양성 대장염 증상 완화를 위한 ‘과립구 흡착요법’(GCAP·투석장치를 이용해 혈액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백혈구(과립구)를 제거하는 요법) 시술을 받았다.
궤양성 대장염은 복통과 혈변 등을 수반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질환으로서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정한 난치병 가운데 하나다. 아베 총리는 이 병을 중학교 3학년(17세) 때부터 앓아왔으며, 성년이 돼 정계에 입문한 뒤에도 치료를 받느라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과 함께 일본의 전후(戰後·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최연소 총리가 됐던 아베 총리가 불과 1년 만에 총리직을 그만둔 것도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됐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후 스테로이드 제제 등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됐었지만, 최근엔 다시 수시로 고통을 호소하는 등 약이 듣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나빠졌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6일엔 일시적으로 의식이 흐려지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6일은 주간지 플래시가 “아베 총리가 집무실에서 피를 토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지목했던 날짜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올 6월13일 정기검진을 받은 지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병원을 찾게 됐다고 한다.
일본 총리 관저의 한 관계자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궤양성 대장염 증상에 혈변은 있지만 피를 토하진 않는다”며 “다른 질병일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에서 아베 총리가 이번에 암 검사까지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에겐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이 1991년 췌장암으로 숨지는 등 가족력이 있다.
관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 때문에 쓰던 정부 조달 천 마스크, 이른바 ‘아베노마스크’(安倍のマスク·아베의 마스크)를 이달 1일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형 천 마스크로 바꾼 것도 “(아베노마스크로는) 나빠진 얼굴색이나 뺨이 야윈 것을 가리기 위해서였다”고 부연했다.
현재 아베 총리의 궤양성 대장염 증 진료는 과거 게이오대 병원 재직 시절부터 아베 총리 주치의를 맡았던 히비 도시부미(日比紀文) 기타사토(北里)대 기타사토연구소 염증성 장(腸) 질환 선진치료 센터장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히비 센터장 등 의료진은 지난 17일 검진 당시 1주일 정도 입원할 것을 권했으나, 아베 총리는 ‘입원하면 정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당일치기를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아베 총리가 24일 다시 게이오대 병원을 찾은 것은 그가 설명했던 대로 17일 검사결과를 듣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28일 오후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추가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설명할 예정. 아베 총리는 검진 이후에도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해 업무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해왔으나, 일본 정치권 안팎에선 “아베 총리가 건강악화를 이유로 9~11월 중에라도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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