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강간 누명을 쓰고 44년 간 복역했던 한 흑인 남성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출소했다.
CNN에 따르면 로니 롱(64)은 1976년 한 백인 여성을 강간하고 강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유죄를 판결받아 종신형에 처해졌다. 당시 재판의 배심원들은 모두 백인이었다.
하지만 44년 뒤 경찰이 그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를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누명이 벗져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 제4순회 항소법원은 이날 그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을 뒤집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스테파니 태커 판사는 롱이 유죄판결을 받은 후 “경찰이 물적 증거를 고의적으로 은폐한 충격적인 정황을 발견했다”며 “당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정액 샘플과 지문은 롱과 일치하지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서류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롱의 변호사인 제이미 라우 듀크대 법학교수는 “재판 중 발생한 (경찰의) 기만 때문에 배심원단에 무죄라고 제출할 증거가 없었다”며 “그래서 로니는 44년 간 억울한 수감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CNN은 당시 사회의 인종차별 분위기가 롱이 불공정한 재판을 받은 데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재판에서도 검찰이 신청한 증인은 모두 백인인 데 비해 피고인이었던 롱이 신청한 증인은 모두 흑인이었다.
당시 경찰은 한 저명한 기업 임원의 미망인이었던 54세 백인 여성의 신고를 받고 2주 후 피해자를 불러 가해자 신원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는 롱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롱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지난 수십년 건 계속 결백을 주장해왔다.
롱은 정장에 빨간 넥타이 차림으로 출소하며 ‘자유로운 로니 롱’(Free Ronnie Long)이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는 교도소 밖에서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보였다.
롱은 “정말 먼 길을 왔다”며 “하지만 극복해냈다. 이젠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끈기있게 투쟁한 데에는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롱의 출소를 간절하게 기다려왔던 그의 어머니는 롱이 출소하기 6주 전 세상을 떠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롱의 혐의가 완전히 벗겨진 것은 아니지만, 라우 교수는 “로니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재판에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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