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에 구금된 호주출신 국영방송 앵커는 누구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2일 09시 43분


코멘트
청레이. <출처=청레이 트위터> © 뉴스1
청레이. <출처=청레이 트위터> © 뉴스1
중국 당국이 국영 CGTN에서 일하는 중국계 호주인 앵커 청레이(程雷)를 구금했다. 구금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고 법에 따라 이 일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청레이는 전 세계에 ‘중국의 이야기’를 전달하던 중국중앙(CC) TV 영어 채널 CGTN의 얼굴이었다. 그는 적당한 선을 넘지 않는 진행자였고, 정치적 사안 보도에서도 사람들의 신뢰를 받았다.

중국에서 태어난 청레이는 10살 때 박사과정을 밟는 아버지를 따라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했다. 그는 작년 한 팟캐스트에서 처음에는 부족한 영어로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곧 호주 언어와 문화에 적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 호주로 간 부모님의 결정에 대해 자신도 호주의 생활과 자유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멜버른에서 금융 관련 일을 했던 청레이는 2000년 자신의 2개 국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중국으로 옮겨왔고, 2003년부터 CCTV 영어 채널에서 언론인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9년간 CNBC의 중국 특파원을 일하다가 2013년 다시 CGTN으로 돌아왔다.

청레이는 트위터에서 자신을 ‘열정적인 중국 이야기 웅변가’라고 표현했다. 중국 경제의 성공담이나 전 세계에 기여한 얘기를 알렸다. 2014년 호주 TV에 패널로 중국 미디어와 학교의 검열에 대해 말하는 등 권위주의 정부에 비교적 솔직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청레이의 지인인 제프 라비 전 주중 호주 대사는 청레이를 “중국에서 오래 일한 매우 경험 많은 언론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의 보도는 굉장히 객관적이었고, 중국 국영매체의 제약 안에서 일하면서 가능한 한 공정해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외국 전문가나 기자 등이 중국의 상황에 대해 잘 못 발언할 때도 강하게 대응했다.

라비 전 대사는 청레이가 매우 똑똑하고 조심스러웠다면서 “그래서 그가 구금에 처할 만한 일을 자초했다고 상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런 구금은 “드문 일”이라며 “중국이 이런 행동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이건 그냥 우발적이거나 무작위로 벌인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라비 전 대사 등 현 상황을 보는 관찰자들은 청레이의 구금에 호주와 중국 관계가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ABC방송에 따르면 청레이는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특정 장소 거주 감시’ 상태다. 중국에서는 변호사나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최장 6개월 동안 구금될 수 있다. 알려진 중국 법 위반 행위가 없는 청레이의 구금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고 기소되지 않은 사람을 몇달씩 가둬둘 수 있는 중국 사법체계의 문제를 드러낸다고 BBC는 전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