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을 앞두고 물밑에선 파벌(계파) 간 주도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이미 당내 7개 파벌 중 5곳의 표를 확보, 당선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스가 장관의 출마 결심을 끌어낸 ‘킹메이커’ 니카이(二階)파를 향한 다른 파벌들의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
◇‘스가 지지’ 합동 기자회견에 “니카이파는 빠졌네” 뒷말
산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내 3대 파벌로 꼽히는 호소다(細田)파와 아소(麻生)파·다케시타(竹下)파는 2일 스가 장관의 당 총재 경선 출마선언 뒤 별도 회견을 열어 경선 참가자들 가운데 ‘스가 장관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들 파벌의 스가 장관 지지 입장은 앞서 스가 장관과의 연이은 회동 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었으나, 스가의 출마선언에 맞춰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주고 파벌 내 이탈표 또한 방지하고자 이날 공개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호소다파는 소속 의원 수 98명의 자민당내 최대 파벌이며, 아소·다케시타파는 각각 54명이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 앞서 스가 장관에게 가장 먼저 출마를 권유하고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던 니카이파(47명)는 이날 합동 지지선언에 함께하지 않아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지선언 현장에서도 “니카이파가 빠졌네”라는 등의 얘기가 들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아소파 수장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니카이파는 이미 (스가 장관) 지지를 표명했고, 우린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 파벌만) 따로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벌 내부에선 니카이파와 이시하라(石原)파(11명)가 사전 연락 없이 먼저 스가 장관 지지를 선언한 데 대한 불만이 크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건강상 이유(궤양성 대장염 재발)로 지난달 28일 당 총재와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히자 이튿날 ‘무파벌’인 스가 장관을 직접 만나 차기 당 총재 선거 출마를 권유했다. 이후 다른 파벌들도 속속 스가 장관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일본에선 원내 제1당 대표가 총리를 맡기 때문에서 이번에 새로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가 아베의 뒤를 이어 일본의 새 총리가 된다.
◇아베 ‘8년 집권’ 만든 니카이, 스가 체제서도 ‘2인자’?
그동안 자민당 ‘2인자’로 불려온 니카이 간사장은 2년 전엔 당칙 개정을 주도, 아베 총리의 당 총재 3선과 8년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아베가 ‘후계자’로 점찍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정무조사회장) 대신 스가를 밀기로 한 데는 “‘아베 1강’ 체제가 무너진 자민당에서 계속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일본 중의원(하원)은 내년 10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새 총리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엔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베 총리는 9월 중 개각과 자민당 당직자 인사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중도 사임 표명과 함께 모두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니카이 간사장도 스가 장관의 당 총재 당선을 전제로 “적어도 내년 총선 전까진 간사장직을 맡아 실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현지 언론과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파의 한 중진 의원은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재 선거는 시작도 안 했는데 파벌들의 사정 때문에 결판이 나고 말았다”며 “과거로 돌아간 자민당의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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