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미용실 논란’을 두고 미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허술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정책을 비판해온 펠로시 의장은 영업이 금지된 미용실을 방문해 ‘내로남불’ 논란이 일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미용실을 방문해 머리 손질을 받았다. 문제는 샌프란시스코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올 3월부터 모든 미용실 영업을 금지했고 이달 1일에야 실외 영업을 허용했다는 것.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가 공개한 미용실 내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펠로시 의장이 돌아다니는 모습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인 펠로시 의장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은 F학점”이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집권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2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펠로시 의장은 중소기업의 문을 닫게 하고 우리 경제를 폐쇄시키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는 원할 때마다 미용실을 방문한다”며 이중적 행태를 비판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미용실에서 손님을 한 번에 한 명씩은 받아도 된다고 전해왔다”며 “마스크는 머리를 감기 위해 잠깐만 벗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수년 동안 다녔던 동네 미용실의 말을 믿었고 이를 믿은 것은 내 책임이다. 하지만 이는 미용실 측의 ‘함정(set up)’이었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미용실 주인 에리카 키어스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펠로시 의장의 ‘위선’을 폭로하기 위해 영상을 제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용실 공간을 빌려쓰는 헤어디자이너가 지난달 30일 내게 펠로시의 예약을 알렸다”며 “사람들은 실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나는 일도 못 하고 있는데 ‘지금 장난하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영상을 촬영한) 카메라는 5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함정이라는 펠로시의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펠로시의 머리 손질을 한 헤어디자이너 조너서 디나로는 “6년 정도 해당 미용실에서 일해왔다”며 “펠로시 의장의 예약이 잡힌 후 키어스에게 ‘당신의 허락이 없다면 예약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예약 하루 전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키어스가 평소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에 제한을 받게 된 데 대해 펠로시 의장을 비난해왔다고 강조했다. 즉 키어스가 고의로 펠로시 의장의 예약을 진행하도록 한 뒤 언론에 영상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친 낸시 펠로시가 다른 미용실들은 다 문을 닫고 있는데 자신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미용실을 방문해 맹비난을 받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항상 (마스크를 쓰라고) 설교하면서 말이다”라고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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