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슈너 “중동 모두 이스라엘과 수교” 장담에도…‘빈손 순방’ 그쳐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3일 17시 07분


쿠슈너, 사우디·바레인·카타르 등 돌며 이스라엘과 수교 독려
사우디·바레인·카타르 모두 美 노선과 다른 아랍평화구상 언급

재러드 쿠슈너 미국 백악관 선임 보좌관이 이스라엘과 수니파 이슬람 국가간 관계 정상화를 촉진하기 위해 걸프 지역을 순방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은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국영 QNA통신에 따르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는 이날 카타르 도하를 방문한 쿠슈너 선임 보좌관에게 “카타르는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해 국제적 정당성을 가진 두 국가 해법과 아랍 평화구상에 기반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국가 해법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국경선에 따라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국가로 독립시킨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국가 대 국가로 공존하자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 이전 미국 지도자들과 대부분 국가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

아랍 평화구상도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쟁에서 확보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철수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허용하면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2002년 아랍연맹(AL) 회의에서 주창했다.

이는 쿠슈너 선임보좌관 주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친(親)이스라엘 성향 중동 평화구상과 대치된다. 중동 평화구상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하고 요르단강 서안지구 일부를 이스라엘이 합병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중동평화구상 입안자인 쿠슈너 선임보좌관에게 두 국가 해법과 아랍평화구상을 꺼내 든 것은 사실상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카타르 방문에 앞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을 순방했다. 지난달 13일 걸프지역 이슬람 국가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UAE에 이어 이슬람 국가와 이스라엘간 관계 정상화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반(反)이란 전선을 구성하기 위해서다.

쿠슈너 선임보좌관은 지난 1일 UAE WAM통신과 인터뷰에서 아랍권 22개국이 모두 이스라엘을 인정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아랍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쿠슈너 선임보좌관은 국가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수개월 이내 또다른 아랍 국가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만, 바레인, 모로코, 사우디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이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국가로 꼽힌다.

하지만 바레인과 사우디는 쿠슈너 선임보좌관에게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의 국가성 인정을 이스라엘과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바레인은 사우디가 행동하기 전까지 관계 정상화를 유보하겠다고 했다.

다만 UAE가 민족적, 종교적 거부감에도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한 배경에는 적국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는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의 현실적인 계산이 깔린 만큼 외신들은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외신들은 수니파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UAE간 국교 정상화를 사전 승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아랍권내 팽배한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인 만큼 이른 시일내 이스라엘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