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연말 예상보다 일정 앞당겨, 50개주와 5개 대도시에 통보
의료계-고령자 등이 우선 접종대상… 파우치 “임상 성공적이면 조기 승인”
일각 “트럼프 대선前 접종 무리수”… 백신 안전성 우려하는 전문가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시민들이 접종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각 주 정부에 통보했다. 당초 백신 접종은 빨라야 연말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일정을 확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11월 3일 대선 전 ‘10월 서프라이즈’를 위해 무리한 행보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50개 주와 5개 대도시(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휴스턴 샌안토니오)의 보건 당국에 이르면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백신을 접종할 준비를 하라고 통지했다. CDC의 지침에 따르면 의료 종사자와 장기요양 시설 직원, 필수 직업군 및 국가안보 관련 종사자들이 1순위로 접종하게 된다. 또 65세 이상 고령자와 소수인종, 원주민, 교도소 수형자를 비롯해 중병을 앓았거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 계층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됐다. CDC는 10월 말까지 미국 전역에서 200만 회분의 백신을 접종하고, 11월 말까지 1000만∼2000만 회분을 추가 접종하는 시나리오를 주 정부에 전달했다.
CDC는 이와 함께 주지사들에게 연방 정부와 백신 유통 계약을 맺은 의약품 도매업체 매케슨이 각 지역에 유통센터를 빨리 지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CDC는 ‘이르면 10월 말 접종이 가능한 백신 후보가 2종이 있다’면서도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도 조기 백신 개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1일 한 인터뷰에서 “3만 명이 참여하는 두 임상시험의 결과는 연말에야 나오지만, 만약 중간 결과가 압도적으로 좋다면 당국에서 임상을 중단하고 백신을 승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스티븐 한 국장 역시 “임상 3상이 다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백신의 긴급 승인을 내는 게 적절할 수도 있다”고 거들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장관도 2일 성명을 통해 “과학의 영역에선 성공을 100% 보장할 수 없지만 우리는 역사적인 승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 섞인 전망이 쏟아지면서 2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사상 처음 12,000 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와 야당은 정부의 계획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략일 뿐이며 여전히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FDA에서 백신 연구와 검사를 수행했던 노먼 베일러 전 국장은 “백신 개발을 리뷰하는 조직이 그 일(백신 안전성 검증 등)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서두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정부가 백신과 치료제를 빨리 승인하기 위해 공중보건 관리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는 (백신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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