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카슈끄지 암살 사건 종결…약혼녀 “정의 조롱” 비판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8일 11시 26분


카슈끄지 암살 책임 물어 사형 선고 받은 5명 사형 면해
약혼녀 "누가 계획했고, 누가 시켰나. 시신은 어디에 있나"
유엔 특별보고관 "재판, 공평도, 공정도 투명하지도 않아"

사우디아라비아 반(反)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이 7일(현지시간) 일단락됐다.

7일 사우디 국영 SPA통신과 CNN,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이날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8명 중 5명에게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 나머지 1명은 징역 10년형, 다른 2명은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형이 확정된 피고인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징역 20년형이 확정된 이들은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비공개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올해 5월 카슈끄지 가족로부터 용서를 받으면서 감형됐다.

카슈끄지의 아들 살라는 지난 5월 자신의 트위터에 용서를 촉구하는 코란 구절을 공유한 뒤 “우리는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들을 용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르면 사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희생자 가족에게 ‘핏값(blood money)’을 주고 합의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 카슈끄지의 자녀들은 사우디 국왕으로부터 주택과 일회성 보상금, 연금 등을 받았고 카슈끄지의 터키인 약혼자와 달리 왕실을 비난하지 않고 함구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 법원은 지난해 12월 카슈끄지 살해 혐의로 기소된 11명 중 8명에게 사형 또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사우디 법원은 살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들에 대해 무죄 또는 불기소 처분해 꼬리 자르기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사우디 정보기관이 카슈끄지 살해에 개입했다는 녹음 파일 등이 공개됐음에도 “카슈끄지 살해는 계획적 살인이 아니라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판시해 비난을 자초했다.

미국에서 체류하며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써왔던 카슈끄지는 지난 2018년 10월2일 결혼 증명서를 발급 받고자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렀다가 사우디 정보기관원들에게 살해당했다. 그의 죽음은 영사관 밖에서 기다리던 터키인 약혼자에 의해 알려졌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독자적으로 조사 중인 아그네스 캘러마드 유엔 특별조사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우디 법원이 ‘어릿광대극(parody of justic)’을 되풀이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정부의 조직적인 계획에 의해 살해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캘러마드는 “이번 판결은 합법적이지도 도덕적인 정당성도 없다. 재판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며 “암살자 5명은 징역 20년형을 받았지만 카슈끄지 암살을 계획하고 수용한 고위층은 수사와 재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처음부터 자유롭게 활보했다”고 지적했다.

카슈끄지의 터키인 약혼자 하티스 첸기즈도 트위터에 이번 판결은 ‘정의에 대한 조롱(mockery of justice)’이자 ‘익살극(farce)’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우디 법원은 카슈끄지 살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히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누가 계획했고, 누가 시켰으며, 시신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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