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트랜스젠더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미 해병을 사면해 인권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고 영국 BBC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2014년 제니퍼 로드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 중인 조셉 스콧 펨버튼 미 해병 상병을 사면했다. 펨버튼은 살인죄로 1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절반 이상을 복역했다.
로드 가족의 변호사 버지니아 수아레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사면 결정은 필리핀 사법제도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변인 해리 로크는 이날 “대통령은 펨버튼의 남은 처벌을 지웠다. 그는 이제 미국으로 갈 수 있다”고 사면을 발표했다.
펨버튼이 언제 교도소에서 풀려날 것인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수아레스는 “사면 결정은 제니퍼 로드와 그 가족뿐 아니라 필리핀 국민에 대한 매우 부당한 행위이자 필리핀 주권과 민주주의를 희화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펨버튼은 미-필리핀 합동 군사훈련을 마치고 휴가 중이던 2014년 10월 올랑가포의 한 술집에서 로드를 만나 함께 호텔에 투숙했으며 다음날 로드는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LGBT 인권단체인 ‘업 바바일란’은 다른 인권단체와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사면 결정은 필리핀 트랜스젠더 여성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다는 크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해시태그 #제니퍼 로드를 위한 정의(#JusticeFor JenniferLaude)는 이날 트위터에서 전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대해 “제니퍼 로드와 그 가족에 대한 모욕이자 필리핀의 정의에 있어 큰 후퇴”라고 말한 필리핀 인권 운동가 첼 디오크노의 트윗이 가장 많이 공유된 트윗 중 하나였다.
필리핀의 또 다른 성소수자(LGBT) 권리단체 바하가리는 “미국이 필리핀의 군사, 경제, 정치에 대한 패권을 유지하는 한 #제니퍼 로드를 위한 정의와 필리핀의 LGBTQ+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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