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붕괴 신호탄? 美증시 또 급락…테슬라는 하루만에 21% ↓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9일 10시 09분


노동절 연휴 이후 8일(현지 시간) 열린 미국 증시가 또다시 미끄러졌다. 지금까지 강한 상승세를 주도해왔던 대형 정보기술(IT)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리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이달 2일 사상 최고치로 올라선 뒤 3거래일 만에 10% 이상 폭락한 것이다.

그동안 버블 논란이 일었던 대형 IT주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애플이 6.7% 떨어졌고 마이크로소프트(―5.4%), 아마존(―4.4%),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3.6%), 페이스북(―4.1%) 등 미 증시에서 ‘빅5’로 불리는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

특히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주가가 6배까지 껑충 뛴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이날 하루 만에 21.1%나 대폭락한 채 장을 마쳤다. 최근 들어 주가가 너무 현기증 나게 오른 데다, 테슬라가 뉴욕증시의 간판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편입에 실패했다는 점이 추가 악재로 작용했다.

‘빅5’에 테슬라까지 합친 6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지난 사흘 거래일 동안 1조 달러 이상 증발했다. 올 들어 불어난 시총 규모(약 3조2000억 달러)의 약 3분의 1을 단 사흘 만에 까먹은 셈이다.

최근 미국 증시의 급격한 조정 국면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아마존 애플 등 테크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의존도가 줄어들 때가 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디지털·온라인 서비스 기업들이 급부상했지만, 증시에서 이들의 가치가 너무 과대평가된 것 아니냐는 반성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의 시마 샤 수석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봉쇄가 풀리고 백신에 대한 전망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좀 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한편으로는 미중 갈등의 확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수요 부진 등 악재가 중첩되면서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꺼지고 있는 신호라는 풀이도 나온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경제와 ‘디커플링’을 선언하는 등 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이날 엔비디아(―5.6%), 마이크론(―3.1%) 등 반도체주도 동반 급락했다.

이 같은 글로벌 실물경기에 대한 비관은 국제유가의 폭락세로 이어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6% 내린 36.76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6월 이후 약 석 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중국과 미국 등 최대 원유 소비국들의 수요가 줄어든 점이 유가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