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에 대한 행정처분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의 항소심 재판 결과가 1년여만에 나온다. 1심에서는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페이스북의 주장이 인용되며 방통위가 패소했고 이에 이용자 피해 등의 정황을 보완해 방통위가 제기한 항소심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는 방통위와 페이스북에 대한 2심 선고공판을 11일 진행한다. 지난해 8월22일 1심 선고 이후 약 1년 만에 2심 결과까지 나오는 셈이다.
이번 분쟁은 지난 2016년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접속경로 임의 변경으로 인해 SK브로드밴드 가입자들은 인터넷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거나 아예 접속이 되질 않는 등 수일간 인터넷 사용에 심각한 불편을 겪었다.
이에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17년에 해당 사안에 대한 사실조사를 진행했고, 2018년에 페이스북이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3억9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행정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현행법에 모호한 점이 있다며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며 국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페이스북이라는 글로벌 인터넷사업자가 통신사업자와 망이용을 놓고 분쟁을 벌이다 이용자에게 피해를 입혔고,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방통위의 행정처분자체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역시 방통위가 부과한 3억9500만원의 과징금이 그 규모보다는 이를 단초로 향후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각국 통신사와 ‘망사용료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근거라고 봤기에 소송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이 통신사와의 망사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임의로 접속경로를 변경했고 이로 인해 접속속도가 느려지는 등 일부 이용상 불편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행정명령을 내린 법률 근거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방통위의 행정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은 ‘최소한’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1심 승소 직후 페이스북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신사업자들의 망사용료 부과 사실을 비난하는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상호접속에 관한 고시’도 개정하라고 압박했다.
정부와 국회는 이용자 피해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행정소송에 패소한 이유가 법률의 모호함 때문이라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법률을 보완했다.
지난 5월에는 인터넷사업자들이 과도한 트래픽으로 망 안정성을 해칠 경우 안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를 담은 ‘개정 전기통신사업법’도 통과시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2심에서는 1심과 다른 판결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2심에서 페이스북과 방통위는 각기 이용자 피해의 ‘현저성’과 접속경로 변경 ‘정당성’을 두고 치열하게 법리논쟁을 벌였다.
페이스북 법률대리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접속 경로 변경으로 인한) 지연이 발생했더라도 서비스 중단이 아닌 이상 제한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면서 당시 법률 기준으로 이용자 피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방통위의 행정처분은 부당하다는 법리적 주장을 일관되게 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 측은 “전기통신사업법은 정당한 사유없이 이용제한 하는 행위에 대해 물리적 해석으로 이용자 이익 침해를 기준으로 삼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1심에서 부족했던 이용자 피해를 보다 부각하는 모양새다.
2심 재판부는 심리 과정에서 “이용제한과 중단에 대한 정의를 비롯해 입법자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어려운 문제들이라 해석을 통해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판결에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