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위 씨티그룹 차기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은행장 지명
월가 “중요한 이정표” 환영속
“성평등 근본적 변화 필요” 지적도
‘세계 금융의 심장’ 미국 월가 대형은행에서 ‘유리천장’이 깨졌다. 씨티그룹은 제인 프레이저 씨티은행장 겸 글로벌소비자금융 대표(53·사진)를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지명한다고 10일(현지 시간) 밝혔다. 프레이저 신임 CEO는 미국 10대 은행 중 최초의 여성 CEO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프레이저 신임 CEO는 8년간 재임한 마이클 코뱃 현 CEO의 자리를 내년 2월부터 이어받을 예정이다. 37년간 씨티그룹에서 근무한 코뱃 CEO는 은퇴한다. 존 두건 씨티그룹 회장은 성명을 통해 “프레이저는 코뱃을 이어 씨티그룹을 다음 단계로 도약시킬 적임자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프레이저 신임 CEO는 “동료들과 씨티그룹의 다음 장(chapter)을 써내려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20위권 은행 중에 여성 CEO가 발탁된 적은 있었지만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10대 은행 중 여성 CEO는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세계 최대의 신용카드 발행사이자 2조2000억 달러(약 2610조7400억 원)의 자산을 가진 씨티그룹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이다.
프레이저 신임 CEO의 임명에 대해 월가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환영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프레이저, 선구자가 된 것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프레이저 신임 CEO의 임명은 기념비적이지만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대형은행 이사회에서 여성은 3분의 1도 되지 않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오른 기업 중 31곳만 여성 CEO가 이끌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인 프레이저 신임 CEO는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MBA를 이수했다. 이후 골드만삭스와 맥킨지앤드컴퍼니를 거쳐 2004년 씨티그룹에 입사했다. 16년간 글로벌 전략 및 인수합병 책임자, 라틴아메리카 영업총괄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씨티은행장 겸 글로벌소비자금융 대표를 맡았다.
프레이저 신임 CEO는 2016년 한 강연에서 ‘워킹맘’으로 월가에서 느낀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맥킨지에 다닐 때 아이를 낳은 지 2주 만에 상사로부터 승진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는 ‘빨리 전화를 끊고 아기를 먹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고했다. 프레이저 신임 CEO는 남편 알베르토 피에드라와의 사이에 20세와 18세의 두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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