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유명 레슬링 선수 나비드 아프카리(27)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바레인의 국교 정상화가 성사된 다음날 형 집행이 이뤄진 점에 비춰 이란이 미국과 대립하는 독자노선을 대내외에 부각시키려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BBC는 12일 이란 국영언론을 인용해 “이란 남부도시 시라즈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아프카리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고 전했다. 아프카리는 2018년 8월 시라즈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집회에 참여했다가 공기업 직원을 흉기로 살해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29일 이란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가 확정됐다. 이란 사법부는 피해자 유족이 사형을 원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슬람 율법의 형벌 원칙 ‘키사스(눈에는 눈)’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아프카리 사형 선고는 국제적인 논란 거리였다. 아프카리가 가족들과의 면회 과정에서 “고문을 받아 허위자백을 했다”고 말한 것을 녹음한 파일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구명 운동이 확산됐다. 이란 당국이 국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유명 선수인 그를 본보기 삼아 반정부 세력을 압박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를 통해 “이 젊은이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대단히 감사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이란 당국에 형 집행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아프카리가 자백하는 장면을 5일 국영방송을 통해 내보내면서 트럼프 대통령 요청에 즉각 반발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형 집행을 촉구한지 9일 만에 사형 집행까지 이뤄지게 됐다.
사형 집행 시점도 공교롭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1일 “바레인과 이스라엘 간의 국교 정상화가 성사됐다”고 발표했는데, 두 국가간 수교는 친미·반이란 동맹 성격이 강하다. 앞서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함께 중동에서 이란을 고립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12일 성명을 통해 “바레인이 미국 편에 서서 팔레스타인의 곤경을 무시하고, 무슬림을 배반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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