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교활하면서 매우 영리”… CIA 분석과 다른 평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4일 03시 00분


우드워드 신간 ‘격노’ 全文 입수
“멍청하다는 CIA결론 동의 못해… 金, 예전보다는 훨씬 덜 위험
왜냐면 그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 北, 코로나에 호되게 당했다”
하노이때 “난 떠나겠다” 선언에, 김정은 “그게 무슨 뜻이냐” 당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교활하면서 매우 영리하다(very smart)”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김 위원장에 대해 멍청하다(stupid)고 결론 내렸다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호되게 당했다”며 감염이 확산됐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는 동아일보가 15일 공개될 예정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작 ‘격노(Rage)’의 내용 전문을 입수한 것에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교활하고, 술수가 뛰어나고, 매우 영리하다”면서 “그리고 알다시피 매우 거칠다(tough)”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5일 집무실에서 만난 우드워드에게 이런 의견을 밝혔다. 당시 미 CIA가 김 위원장에 관해 ‘교활하고 술수가 뛰어나지만 궁극적으로 멍청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우드워드가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나는 그가 거래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다른 어떤 사람과도 거래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CIA의 분석과는 다소 상반된 평가를 내린 것이다. 김 위원장이 영리하다는 것을 확신하냐는 질문에는 “영리함 그 이상(far beyond smart)”이라며 “27세에 (권력을) 승계받았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보다는 훨씬 덜 위험하다. 왜냐면 그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우리는 서로 잘 지낸다”고 했다.

이 책에는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핵시설 폐기를 강하게 압박한 부분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는 도움이 안 되고 둘도 도움이 안 되고 셋도 도움이 안 되고 넷도 도움이 안 된다. 다섯은 도움이 된다”며 다섯 곳의 핵시설을 모두 폐기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영변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시설”이라며 영변만 없애겠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은 가장 크지만) 가장 오래된 곳이다. 나는 이 핵시설 하나하나를 다 안다. 우리 국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협상 결렬을 시사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순간 충격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나의 친구다. 하지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난 떠나야겠다”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것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5일 보낸 친서에서 “나는 우리 두 나라 간의 실무급 협상에 앞서 도발적인 연합 군사훈련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것으로 믿었다”며 “전쟁 준비 훈련의 주된 타깃은 우리 군대다. 이건 우리의 오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현재와 미래에 한국군은 나의 적이 될 수 없다”며 “당신이 언젠가 말했듯 우리는 특별한 수단이 필요 없는 강한 군대를 갖고 있고, 한국군은 우리 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의 얘기도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는 고모부를 죽였고 그 시신을 고위 관료들이 이용하는 건물의 계단에 뒀다. 그의 잘린 머리는 가슴 위에 놓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모든 것을 말한다. 모든 걸 말해줬다”면서 장성택 처형 내용을 우드워드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3월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해 북한에서도 확산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8일 우드워드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면서 “중국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코로나에 두들겨 맞았다”면서 “북한에서도 그들이 호되게 당하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내 구체적인 피해 정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 내 상황과 관련해서는 ‘사망자가 1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고 우드워드가 언급하자 “그럴 수 있다”면서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을 만약 하지 않았다면,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이윤태 기자
#트럼프#김정은#우드워드#격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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