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드워드에 수시로 전화해 “회고록 잘 써 달라” 종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5일 14시 00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회고록을 집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에게 수시로 전화하면서 “잘 써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CNN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우드워드에게 전화를 걸어 책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친 책이 될 것 같다. 내용이 노골적이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시장(증시)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그 얘기도 책에 썼는가”라고 물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나 인종차별 반대시위 등 자신에게 안 좋은 얘기가 잔뜩 언급될 것을 걱정해, 자신이 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제 분야에 대한 얘기도 써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책의 내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우드워드와 18차례 인터뷰에서 내내 이어졌다. 지난 달 전화에서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화제에 올랐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행정부에 내내 부정적이던 프리드먼이 최근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관계 정상화에 미국이 기여한 것을 칭찬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일이다. 프리드먼 다음으로 내가 필요한 사람은 당신”이라며 우드워드에게 자신의 치적을 보도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의 대화에서 코로나19 대응보다 경제를 중시하는 성향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우드워드가 “이번 대선은 트럼프·바이든과 바이러스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해서는) 나는 할 만큼 했다. 일찍부터 행동에 나섰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지금 바이러스가 경제를 대체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지금 새로운 증시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라고 경제 얘기를 다시 꺼냈다.

한편 우드워드는 미국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취재 윤리 위반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우드워드가 올 2월부터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초기부터 인지했다”는 발언을 확보해놓고 신간을 출간하는 9월까지 이를 묻어뒀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우드워드는 이에 대해 “그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바이러스 상황에 대해 얘기하는 줄 알았다”며 “그리고 2월 당시에는 미국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었고 나도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우드워드가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 내용을 일찍 공개해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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