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페미니스트! 멕시코 여성들이 뿔났다. [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5일 17시 46분


멕시코 하면 독자 여러분은 어떤 단어가 떠오르나요? 타코? 선인장? 평소 영상 매체를 자주 접하는 저는 브레이킹 배드, 마약, 카르텔, 범죄, 시카리오가 떠오르네요…

편견일 수 있겠지만 실제 멕시코는 작년 살인 사건 발생 건수가 3만 4천 600여 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1일 멕시코의 한 여성 운동가가 국가인권위원회 보안문을 망치로 내려치며 당국의 여성 범죄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했다. AP 뉴시스
지난 11일 멕시코의 한 여성 운동가가 국가인권위원회 보안문을 망치로 내려치며 당국의 여성 범죄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했다. AP 뉴시스


최근 미투 열풍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지만 멕시코는 오히려 상반기 여성 살해 사건이 지난 해보다 9.2% 증가한 489건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상남자라는 용어로 쓰이는 ‘마초’라는 단어가 중남미에서 나왔듯 멕시코에는 남성우월주의 문화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2월 실종됐던 7살 멕시코 여아가 동네 골목에서 쓰레기봉투에 담긴 시신으로 발견되자 여론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딸이 여성 혐오 범죄로 살해됐던 예세니아 사무디오가 지난 14일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AP 뉴시스
딸이 여성 혐오 범죄로 살해됐던 예세니아 사무디오가 지난 14일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AP 뉴시스


참지 못한 멕시코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결국 행동에 나섰습니다. 여성 운동가와 범죄 피해자 가족들은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한 채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여성운동가들이 지난 14일 멕시코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서 독립기념 행사인 ‘그리토’의 반대되는 ‘안티 그리토’ 행사를 가지며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AP 뉴시스
여성운동가들이 지난 14일 멕시코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서 독립기념 행사인 ‘그리토’의 반대되는 ‘안티 그리토’ 행사를 가지며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AP 뉴시스


이들은 증가하고 있는 여성 대상 강력 범죄에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피켓을 들고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겠다!’라고 외치며 책임자 처벌과 여성 혐오 범죄 근절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요구했습니다.




시위대들은 지난 14일 멕시코의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축하하는‘그리토’ 행사에 대한 반대 의미인 ‘안티-그리토’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멕시코 여성 인권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진정한 독립을 이룬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난 8일 멕시코의 국가인권위원회 벽에 여성 혐오 범죄로 살해된 희생자들이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다. 벽에는 스페인어로 ‘정의’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AP 뉴시스
지난 8일 멕시코의 국가인권위원회 벽에 여성 혐오 범죄로 살해된 희생자들이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다. 벽에는 스페인어로 ‘정의’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AP 뉴시스


현재 멕시코의 여성 범죄 수사율은 7%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멕시코에선 현재 실종돼 생사를 알 수 없는 이들이 7만 명이 넘습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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