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 성과 부각하는 ‘중재자’ 트럼프…백악관 “노벨평화상 자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6일 20시 55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간 외교관계 정상화 협정을 중재하면서 모처럼 협상가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동 평화 외교 성과를 부각하면서 보수 기독교계와 유대인 표심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스라엘과 친미 아랍국가들 간의 관계 정상화를 확대해 대(對)이란 압박 강도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간의 외교관계 정상화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이 열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압둘라 빈 자이드 나하얀 UAE 외교장관,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이스라엘은 UAE, 바레인과 각각 양자 협정을 체결했고, 3자 협정도 성사됐다. 이스라엘이 걸프지역 국가와 수교한 것은 1948년 건국 이래 72년 만에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수교한 아랍 국가는 2곳(이집트, 요르단)에서 4곳으로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 자격으로 이날 협정에 서명한 이후 연설에서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수십 년간의 갈등과 분쟁 끝에 중동이 새로운 여명을 맞이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자격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이번 협정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발 외교 성과 띄우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 심화, 북-미 협상 정체 등 내세울만한 외교정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중동 평화 중재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주력한다는 것.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입지 확대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지지층인 보수 기독교계는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한 유대인 표심 얻기에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직후에도 “중동서 추가적으로 5, 6개국이 더 이스라엘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수니파 맹주이자 이란의 주적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반이스라엘 성향이 약한 모로코와 오만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의 ‘반이란·친미 벨트’ 국가들 간 정보 및 군사 협력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서 정보력과 군사력이 가장 앞서는 이스라엘이 사우디, UAE, 바레인 같은 아랍 산유국들과 협력 수준을 높이면 지금보다 훨씬 적은 규모의 미군을 중동에 주둔시켜도 이란 견제가 용이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암살 계획과 관련해 “나 같으면 당연히 그를 제거했을 것 같다. 그러나 (당시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가 반대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중동에서 친미 블록을 구축하기 위해 반미, 친이란 성향을 지닌 인사나 조직 제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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