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최소 3년 간 제로금리를 유지할 방침을 시사했다. 당분간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충격을 받은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연준은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FOMC 위원들이 향후 금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망하는 점도표도 함께 공개했다.
이 점도표에 따르면 총 17명의 위원 모두는 제로금리가 내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16명은 2022년까지, 13명은 2023년까지 현 금리 수준이 계속된다는 전망을 냈다. 점도표에 드러난 위원들의 금리 전망은 물론 향후 경제상황에 따라 다시 얼마든지 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연준이 최소한 현 시점에서는 앞으로는 상당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밝힌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 활력이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훨씬 약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의 경기 흐름도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를 잃은 가정을 돕고 경제 전반의 충격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돈이 지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이와 함께 국채 등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지금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이 채권을 사들이면 그만큼 시중에 자금이 풀려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연준에 따르면 올 봄부터 미국에서 일시적으로 해고를 당한 사람은 1200만 명에 이르고, 또 200만 명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충격의 여파로 영원히 일자리를 잃었다. 이 숫자는 앞으로 경제 재가동이 계속 지연됨에 따라 계속 증가할 우려가 크다.
연준은 또 제로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 가이드라인까지 수정했다. 기존에는 물가상승률이 계속 올라 2%에 근접할 경우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경기 과열을 막았지만, 앞으로는 물가가 일시적으로 2%를 넘더라도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물가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경기를 살리는 데 일단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미다.
다만 연준은 앞으로 실업률은 차차 개선될 것으로 봤다. 올 4월 14.7%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지난달 8.4%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연준은 연말까지 실업률이 7~8%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이후에는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연준이 이날 밝힌 대로 정책금리를 향후 3년 이상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7년 간 제로금리가 유지된 이래로 또다시 장기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연준은 올 3월 코로나19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금리를 0.00¤0.25%로 1%포인트 전격 인하한 뒤 계속 동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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