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을 놓고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2017년 취임 이후 4번째인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년 유엔총회 연설 때마다 북한 관련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내용과 톤은 그 해의 북-미 협상 상황에 따라 바뀌었다. 취임 첫 해이자 ‘화염과 분노’ 시기였던 2017년 9월 연설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로켓맨이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며 북한에 대해 ‘완전한 파괴’를 언급했다. 이듬해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인 2018년 9월에는 “분쟁의 망령을 담대하고 새로운 평화를 위한 노력으로 바꾸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어 지난해 연설 때는 북한의 잠재력을 거론하며 “이를 실현하려면 반드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올해는 대선을 불과 40여 일 남긴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진행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을 세 번 만났음에도 비핵화 전진이 없다 보니 북-미 관계를 국제무대에서 대놓고 과시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전후에 무력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한반도 상황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장광설을 펼쳤던 이전 연설과 달리 이번에는 7분 남짓한 시간동안 압축적으로 진행한 것도 북한이 빠진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대신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화상연설 전 소개 발언에서 그의 외교적 성과 중 하나로 북미관계 진전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지도자를 만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라며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이 송환됐고 새로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으며 역내 외교적 긴장도 극적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속되는 합의의 출발점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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