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계기로 대중 강경 노선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트럼프가 중국을 공격할 명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른 새벽 트위터에 영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을 32일 남긴 시점에 전해진 충격적인 소식에 전문가들도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류웨이둥(劉衛東)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 담당 연구원은 SCMP에 “트럼프에겐 희소식이자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감염은 트럼프에게 가혹한 중국 때리기 전술을 시작할 명분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 연구원은 “우선 좋은 점은 그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정도로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사용해, 더 많은 유권자들이 그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쁜 점은 그가 지지를 얻기 위한 많은 선거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팡중잉(龐中英) 중국 해양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에 대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0월의 기습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소식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중국에는 확실히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자신의 선거 운동에서 중국 때리기를 우선시했고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 바이러스’란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팡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공격을 늘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결과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량윈샹(梁雲祥)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팡 교수의 말에 동의했다. 량 교수는 “만약 트럼프가 코로나19로 인해 위독한 상태라면 분명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건강하다면 중국을 더욱 비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 소식은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도 하루 종일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웨이보에선 관련 기사가 10억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소식에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기 행각”이라는 반응부터 “중국 생일(국경절)에 특별선물을 줘서 고맙다”는 등 조롱 섞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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