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즈니노브고로드의 내무부 앞에서 분신
페이스북에 "내 죽음에 대해 러 연방 비난하라" 부탁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2일(현지시간) 한 뉴스 편집인이 내무부 앞에서 러시아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사망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이리나 슬라비나라는 이 여성은 극단적 선택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죽음에 대해 러시아 연방을 비난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적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당국은 그녀가 심한 화상을 입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슬라비나는 또 페이스북에 경찰이 이날 자신의 아파트를 수색, 민주화 단체 ‘오픈 러시아’(Open Russia)와 관련된 자료를 찾았다며 컴퓨터와 데이터가 압수됐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슬라비나가 니즈니노브고로드 내무부가 있는 고리키 거리의 한 벤치에서 극단적 선택을 위해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는 순간을 담은 영상이 급속히 확산됐다.
영상 속에는 한 남성이 여성에게 달려가 불을 끄려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녀는 코트를 덮어 불을 끄려는 남성을 밀어내다 결국 땅에 쓰러졌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이리나 슬라비나남편과 딸을 남겨둔 채 숨진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녀의 죽음이 아파트 수색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슬라비나는 ‘코자 프레스’라는 뉴스와 분석 위주의 작은 뉴스 웹사이트 편집장이었다. 코자 프레스는 “검열 금지”를 모토로 내세웠와 그녀의 극단적 선택은 압수 수색에 항의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녀의 사망 소식이 확인된 후 코자 프레스 사이트는 3일 새벽 다운됐다.
당국은 오픈 러시아에 대한 조사를 위해 이날 7명의 집을 수색했는데 슬라비나는 이 7명 중 하나였다. 그녀는 지난해 한 기사에서 ‘당국에 결례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슬라비나를 알고 있었다는 나탈리아 그랴즈네비치는 “이 소식은 나에겐 정말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그랴즈네비치는 오픈 러시아의 설립자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의 보좌관이다. BBC의 모스크바 특파원 사라 레인스포드 역시 “나는 그녀가 항상 괴롭힘을 당하고, 감금되고, 벌금을 물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매우 활동적인 여성이었다”라고 말했다.
슬라비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2명이 집에 강제 침입해 플래시 드라이브와 노트북, 딸의 노트북은 물론 자신과 남편의 휴대폰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수사위원회의 한 대변인이 “슬라비나는 자신들의 조사하고 있는 범죄 사건에서 목격자일 뿐, 용의자나 피고소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사위원회는 미하일 이오실레비치라는 지역 사업가가 여러 야권 단체들의 포럼 및 선거 모니터 요원 양성 등을 도운 것에 대해 조사해오고 있었다.
그랴즈네비치는 그녀와 슬라비니아가 2019년 4월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열린 ‘자유인’ 포럼에 참가했으며 슬라비나가 이에 대해 보도했다가 5000루블(약 7만4000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슬라비나가 취재한 자유인 포럼이 “바람직하지 못한 단체”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그랴즈네비치는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더 강력한 언론과 인터넷 관련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법들은 비판 세력을 침묵시키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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