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상태 호전” 비서실장 “매우 우려”… 트럼프 병세 혼란 가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03시 00분


[트럼프 확진]참모들 상반된 발언에 악화설 돌아

“파이터 트럼프 지지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하루가
 흐른 3일(현지 시간) 대통령 지지자들이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에서 ‘법과 질서 vs 무정부주의, 세기의 대결’이라고 쓰인 전광판 
앞에 모여 대통령의 재선 및 쾌유를 기원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욕=AP 뉴시스
“파이터 트럼프 지지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하루가 흐른 3일(현지 시간) 대통령 지지자들이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에서 ‘법과 질서 vs 무정부주의, 세기의 대결’이라고 쓰인 전광판 앞에 모여 대통령의 재선 및 쾌유를 기원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욕=AP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확한 병세를 놓고 주치의 숀 콘리 박사(40)와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61)이 엇갈린 발언을 내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이 월터 리드 군 병원 입원 전 산소호흡기를 착용했으며 지난 24시간 동안 매우 우려할 만한 상태에 처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민감한 시기에 백악관에서 혼선이 빚어진다는 것 자체가 그의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오전(현지 시간) 콘리 박사는 브리핑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대통령은 열이 없는 상태”라며 상태를 낙관했다. 이 회견 직후 메도스 실장은 “지난 24시간 동안 대통령의 건강은 매우 우려되는 상태였다”며 정반대 발언을 했다. 이어 “대통령이 적어도 며칠은 병원에 더 머물 것이다. 완전히 회복될지가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호흡에 문제가 있었고 혈중 산소 수치가 떨어져 의료진이 산소호흡기를 제공했다. 대통령을 병원으로 옮긴 것은 더 좋은 장비로 검사를 하고 문제 발생 시 더 신속하게 치료받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메도스 실장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AP통신은 “핵심 참모인 비서실장과 주치의가 상반된 언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백악관에 대한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 11월 3일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국민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권 공화당의 4선 하원의원 출신인 메도스 실장은 지난해 대통령의 탄핵 정국 당시 하원에서 대통령 엄호에 나섰으며 올해 3월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골의학(뼈와 근육조직을 물리적으로 제자리에 넣는 일을 강조하는 의학·osteopathic medicine)을 전공한 콘리 박사는 해군의료센터에서 근무하다 2018년 백악관에 합류했다. 바이러스·면역학 전문가가 아닌데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도 좋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의 코로나19 진단 시점도 논란이다. 콘리 박사는 3일 오전 “대통령이 양성 판정을 받은 지 72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즉 지난달 30일 오전 확진 사실을 알았다는 의미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이틀 이상 대외 활동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보도자료를 내고 “진단 3일 차에 접어든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며 “대통령의 첫 진단은 1일 저녁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치료제 사용을 승인한 ‘렘데시비르’의 2회분 접종을 마쳤다. 또 임상 3상 단계인 미 제약사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 ‘REGN-COV2’, 비타민D, 멜라토닌, 아스피린 등도 처방받았다. 폐 초음파, 심장·신장·간 검사 등도 계속 받고 있다. 콘리 박사는 자신 외에 의사 6명, 간호사 5명, 약사 1명이 대통령을 돌보고 있으며 의사 중 3명은 폐, 2명은 감염병 전문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74세 고령인 데다 비만이어서 완치되더라도 코로나19 합병증을 겪을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건강검사에서 그는 키 192cm, 몸무게 110.6kg, 신체질량지수(BMI) 30.5로 ‘경도 비만’ 판정을 받았다. 당시 콘리 박사는 대통령에게 몸무게 감량을 권고했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오후 6시 50분 트위터에 약 4분짜리 동영상을 올려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곧 돌아갈 것(I’ll be back)이며 내가 받고 있는 치료가 기적 같다”고 강조했다.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병세가 완연하지는 않았다.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부재, 참모들의 난맥상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대선에서 막판 뒤집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동영상 공개 직후 콘리 박사는 백악관 대변인에게 보낸 문서에서 “대통령이 합병증이 없는 상태로 두 번째 렘데시비르 투약을 마쳤다. 위기에서 벗어난 건 아니지만 조심스레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도스 실장 또한 로이터통신에 “대통령의 상태가 좋다. 의료진이 그의 바이털 사인에 만족하고 있다”며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NYT는 대통령이 메도스의 최초 발언에 화를 냈으며 이것이 수위 조절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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