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바이러스성 만성질환인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세 명의 과학자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 시간)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하비 올터 미국 국립보건원(NIH) 부소장(85)과 마이클 호턴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 미 록펠러대 교수(68)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은 간경변과 간암을 유발하는 주요 문제인 혈액 매개 간염 퇴치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며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은 바이러스성 질병과의 지속적 전쟁에서 획기적인 성과”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말라리아, 결핵,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과 함께 4대 감염질환으로 꼽힌다.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그 주요 원인이다. 국내에서는 간경변의 10%, 간암의 20%가 C형 간염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 이들의 발견은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으로 고통받는 수천만 명의 생명을 구한 치료제 개발로 이어졌다.
올터 부소장은 1970년대에 수혈받은 환자의 간염을 연구하다 A형과 B형이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가 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호턴 교수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 혈액에서 유전물질을 찾아내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를 밝혔다. 라이스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내부 단백질 구조를 처음 밝혔고,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혈액을 매개로 감염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수상자들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후 불과 20∼30년 사이에 완치 치료제 탄생까지 이어져 감염병 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다. 최종기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2015년 이후 경구 항바이러스제가 나와 있다”며 “현재 95% 이상의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팀장은 “평생 항바이러스제를 먹어야 하는 에이즈 등 다른 만성 감염병과 달리 완치 가능한 치료제가 개발된 사례는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C형 간염 바이러스 외에도 다양한 바이러스 연구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라이스 교수와 호턴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2008∼2015년 라이스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정효영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은 “바이러스 발견 이후에도 C형 간염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표적을 발견하고 생체 밖 배양 기술을 개발하며 다른 바이러스도 연구하는 등 분야를 넘나들며 활발한 바이러스 연구를 하고 후배들에게도 독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노벨재단위원회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1000만 크로나(약 13억 원)의 상금을 비롯해 메달과 증서를 수여한다. 매년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회와 함께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그 대신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상을 받는 장면을 TV로 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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