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 정권 첫 정치 파문, ‘학술회의 논란’ 뭐길래…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7일 13시 38분


'학술회의' 회원 임명 거부, 이미 과거 '밑 작업'
'헌법 해석 변경' 논란도…야당 공세 강화할 듯
"폭거 용서못해" 항의 시위…지지율 영향 주목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신임 총리가 취임한지 약 3주가 지난 가운데 정가는 ‘일본 학술회의’ 논란으로 다시 시끄러워졌다.

스가 내각의 지지율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나 학술회의 논란이 정권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학술회의 논란의 핵심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일본학술회의 측이 추천한 회원 후보 6명의 임명을 거부한 것이다. 정부가 인사에 개입함으로써 ‘학문의 자유와 학술회의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인사를 배제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스가의 ‘학술회의’ 회원 임명 거부는 ‘헌법 해석 변경’인가

학술회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헌법 해석 변경’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 연구자 약 400명이 소속된 ‘일본과학자회의’는 지난 3일 담화를 내고 1983년 국회 심의에서 정부가 “학술회의가 추천한 사람은 거부하지 않겠다. 정부가 간섭하거나 모함하지 않겠다” 등 답변한 사실을 거론하며 “스가 정권에 따른 해석 변경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부 측은 헌법 해석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내각부는 지난 6일 입헌민주당 등 야당의 합동 청문회에서 총리가 학술회의 추천을 따를 의무가 없다는 견해를 명시한 2018년 문서를 공표했다. 총리가 학술회의 회원 임명권자로서 학술회의 인사를 통해 일정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기됐다. 내각법제국은 법해석 변경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983년 국회 답변에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根康弘) 전 총리가 “정부가 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어 2018년 문서의 정합(整合·꼭 들어맞음)성 지적이 나온다.

학술회의는 정부에 대한 정책 제언과 과학자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내각부 기관이다. 1949년에 설립됐다. 관계법에 따라 총리 관할이다.

하지만 활동은 정부로부터 독립해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문, 사회과학, 생명과학, 이학·공학 분야에서 우수한 업적이 있는 연구자 가운데 회의가 후보자를 회원으로 추천한다. 이후 총리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정원은 210명이며 임기는 6년이다. 3년 마다 210명 가운데 절반이 임명된다.
◇‘터질게 터졌다’…2017년과 2018년에도 이미 관여

스가 총리가 이번에 6명 회원 임명을 거부하며 학술회의 논란이 있었으나, 전 정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시절부터 학술회의 인사 개입 ‘밑 작업’이 있었다.

7일 아사히 신문은 이번 스가 총리의 학술회의 6명 회원 임명 거부는 ‘지난번처럼’ 미리 회원 명부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전 학술회의 간부를 인용해 2017년 10월 학술회의 회장에 오른 야마기와 주이치(山極?一) 전 회장은 2020년 절반의 회원을 다시 임명하기 전 내각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학술회의는 지난 7월 9일 총회에서 105명의 회원 추천후보를 결정했다. 추천후보 명단을 8월 말 아베 전 총리에게 제출했으며, 총리직을 이어받은 스가 총리는 9월 말 6명을 임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야마기와의 전임인 오오니시 다카시(大西隆)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2017년 가을 총리 관저의 요구에 따라 미리 추천회원 명단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저 간부도 신문에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오오니시 전 회장은 후보 추천 최종 단계에서 105명에 몇 명을 더한 110명 이상의 명부를 스기타 가즈히로(杉田和博) 당시 관방 부(副)장관에게 사전에 전달했다. 이후 아베 전 총리가 이 가운데 105명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2014년에는 관저가 미리 명단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복수의 학술회의 전 간부에 따르면 야마기와 전 회장은 2020년 가을 총리 관저에 미리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사전 설명도 하지 않았으며, 105명을 넘는 명단을 전달하지 않았다. 따라서 6명 임명이 거부됐을 가능성이 나온다.

2018년에는 학술회의가 인문·사회과학계에서 결원 1명이 생기자 2명을 추천했는데 총리 관저가 상위 후보에 대해 난색을 표한 일도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때에도 야마기와가 회장직에 있던 때였다. 당시 학술회의 측은 설명을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결원은 올해 회원 교체 때까지 계속됐다.

7일 도쿄신문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2018년 9월 정년(70세)을 맞은 회원이 있어, 결원이 발생했는데 총리 관저 측이 난색을 나타내 충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학술회의 전 간부는 아사히 신문에 “2016년 인사 이후 총리관저는 (관여가) 점점 강화 됐다”고 말했다.
◇학술회의 논란 국회로…야당 “학문 자유 침해” 경위 추궁 방침

학술회의 논란은 사실상 ‘정치 스캔들’로 번질 전망이다.

7일 NHK 등에 따르면 7~8일 이틀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해 중의원·참의원 양원 내각위원회에서 폐회중심사가 열린다. 야당 측은 학술회의가 추천한 회원 후보의 임명을 거부한 스가 총리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태세다.

야당 측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하고 임명을 보류한 이유와 경위를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7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야당 측은 이번 학술회의 논란을 통해 스가 정권이 ‘책임 설명을 피한다’, ‘총리 관저의 강권적인 지배’ 등을 계승했다는 점을 부각할 속셈이다.

스가 총리가 계승하겠다고 했던 아베 정권은 복수의 정치 스캔들로 지지율의 추락과 상승을 반복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배제한다. 아베 정권에서 그런 경향이 보였다. 스가 정권은 계승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계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당 측은 총리는 학술회의의 추천 후보를 그대로 임명할 ‘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문서를 공표한 데 대해, 과거 정부의 “추천된 사람은 거부하지 않겠다”는 답변과 모순된다고 비판을 강화할 생각이다.

스가 총리가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활동을 확보하겠다는 관점에서 판단했다”고 언급한 데 대한 설명도 요구할 방침이다. 이런 스가 총리의 발언에 대해 에다노 대표는 지난 6일 당 회의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전혀 설명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폭거 용서 못해” 항의시위 열려…‘고공’으로 치솟았던 스가 내각 지지율 영향 있을까

지지통신에 따르면 스가 총리가 학술회의 추천 후보 6명 임명을 거부하자 지난 6일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는 교수와 시민 등이 참가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주최 측은 약 700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위에는 임명이 거부된 헌법학 전문 법학자 도쿄지케이카이(東京慈??) 의과대학 오자와 류이치(小? 隆一) 교수도 참석했다. 그는 “공무원의 선정, 파면권은 국민의 것이다. 행정부의 것이 아니다. 지금 같은 폭거를 결단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학계 반발은 물론 각계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유명 영화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등 22명의 영화계 인사가 있는 ‘영화인 유지’도 지난 5일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학문의 자유뿐만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다. 언론 자유에 대한 명확한 도전이다. 방치하면 개입은 더욱 노골적으로 되는 것이 분명하다.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16일 출범한 스가 내각은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 등 일부 언론에서는 내각 발족 지지율 역대 3위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여론 조사는 지난 3~4일 이뤄진민영 뉴스네트워크 JNN의 조사다.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70.7%에 달했다. 다만, 스가 총리가 학술회의 추천 후보 6명 임명을 거부한 데 대해서는 51%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전임인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여러 정치 스캔들로 추락을 맛봤다. 학술회의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스가 내각의 지지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지지통신은 “이번 임명 거부가 높은 지지율로 시작한 스가 정권의 발밑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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