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질병치료 길 튼 女과학자 2명에 노벨화학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8일 03시 00분


佛 샤르팡티에-美 다우드나
사상 처음 여성 2명이 공동수상
크리스퍼-유전자가위 개념 접목
“간질환, 암 등 치료에 큰 영향”

7일 올해 노벨 화학자 수상자로 선정된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왼쪽)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 이들은 유전자의 원하는 부위를 잘라 교정할 수 있는 정교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해 질환 치료와 농작물 품종 개량의 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AP 뉴시스
7일 올해 노벨 화학자 수상자로 선정된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왼쪽)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 이들은 유전자의 원하는 부위를 잘라 교정할 수 있는 정교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해 질환 치료와 농작물 품종 개량의 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AP 뉴시스
올해 노벨 화학상은 세포 속 게놈의 염기서열을 정교하게 교정해 질병 치료 등에 응용할 수 있는 3세대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두 명의 여성 화학자에게 돌아갔다. 이번 수상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여성은 7명으로 늘었다. 여성 2명이 공동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오전(현지 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프랑스 출신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병원체연구소 교수(52)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56)를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전자 가위는 미생물이나 세포의 염기서열에서 원하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 마치 가위처럼 자를 수 있는 단백질 시스템이다. 1980년대 ‘징크핑거’라는 유전자 가위가 시초다. 이후 ‘탈렌’이라는 2세대 유전자 가위를 거쳐 2012년 다우드나 교수와 샤르팡티에 교수가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캐스9’을 완성했다.

미생물인 박테리아에서 발견되는 면역 시스템인 ‘크리스퍼’에 마치 가위처럼 DNA 염기서열을 자를 수 있는 단백질인 ‘캐스나인(Cas9)’을 결합한 기술이다. 박테리아 속 유전물질에서 원하는 부위의 서열을 역대 가장 정확한 정밀도로 찾아 잘라 교정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연구위원 등에 의해 인체세포와 식물, 동물세포 등에도 적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이후 크리스퍼는 치료제 개발과 장기이식용 기술 등에 응용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고 말했다. 김형범 연세대 의대 교수(한국유전자교정학회장)는 “크리스퍼는 현재 노인성 황반변성과 간 질환, 암 치료 등 질환 치료를 할 수 있는 단계에 거의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유전자 가위를 최초로 개발하거나 크리스퍼를 최초로 발견한 학자는 아니지만 두 개념을 접목해 정확하고 쓰기 쉬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발명했다. 그 덕분에 유전자 교정을 크게 유행시키며 생명과학 분야를 빠르게 발전시켰다. 1세대부터 크리스퍼까지 유전자 가위를 연구해 온 김석중 툴젠 치료제사업부 본부장은 “유전자 가위의 ‘민주화’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과학계에 널리 활용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다우드나 교수와 샤르팡티에 교수팀은 이번 노벨상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특허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세기의 맞수’ 대결에서 라이벌 펑장 미국 브로드연구소 교수팀에 패했던 아쉬움을 일부 덜게 됐다.

두 사람은 2012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하고 바로 미국 특허를 출원했다. 김진수 수석연구위원팀 역시 특허를 출원했고, 2014년 펑장 교수팀도 이 기술을 미생물이 아닌 동물과 식물 등을 포함하는 세포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 과정에서 펑장 교수팀은 심사제도를 이용해 2017년 다우드나 교수팀보다 한 해 먼저 특허를 취득했다. 이에 다우드나 교수팀은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2018년 9월 미국 특허청이 브로드연구소에도 특허 가치가 있다고 판정하면서 종료됐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2020 노벨 화학상#에마뉘엘 샤르팡티에#제니퍼 다우드나#유전자 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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