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국인 언론인 등 서방 인질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영국 출신 이슬람국가(IS) 조직원 2명이 미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다. 이들은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무기징역형에 처해진다. 미국은 앞서 영국으로부터 이들의 유죄 입증을 위한 정보를 제공 받는 대신 사형을 구형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7일(현지시간) A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IS 조직원인 엘 샤피 엘셰이크와 알렉산다 아몬 코테이를 살인과 처형 모의, 테러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 첫 출두할 예정이다.
존 데머스 미 법무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소는 언론인 제임스 폴리 등 숨진 미국인 4명에 대한 정의를 추구하기 위한 수년간 노력의 산물”이라며 “이들은 미국 법정에 출두해 자신이 자행한 타락한 행위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티와 엘셰이크는 영국인 4명으로 구성된 IS 고문부대 이른바 ‘비틀즈’ 소속이다. IS 고문부대는 지난 2011년 스페인의 사진 기자 리카르도 비야누에바 납치 사건, 2014년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틀로프 참수 영상 등을 공개해 악명을 얻었다. 영국식 억양으로 ‘비틀즈’라는 별칭도 붙었다.
미 법무부는 기소장에서 코티와 엘셰이크가 지난 2012년 영국에서 시리아로 향했고 폴리의 납치에 가담했다고 적시했다. 인질 구금시설을 관리하고 인질 가족들과 몸값 협상도 담당했다고 했다.
다만 미 법무부는 기소장에서 이들이 서방 인질 납치를 모의하고 인질들을 구금함으로써 죽음을 초래했다고 비난했지만 이들이 처형 과정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했는지는 적시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코티와 엘셰이크는 2018년 1월 시리아에서 미군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민주군(SDF)에 붙잡혔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SDF로부터 이들을 인도 받아 억류하고 있다. 현재 미 연방수사국(FBI)가 구금 중이다.
이들은 영국 시민권자지만 영국 정부는 시민권을 박탈하고 보호를 중단했다. 다만 사형제에 반대하는 입장에 따라 지난 8일 이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거나 판결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의 약속을 받아낸 뒤 유죄 입증을 위한 정보를 미국에 넘겼다.
미국인 인질 유족들은 이날 성명에서 “끔찍한 범죄에 대해 정의를 추구하는 첫걸음”이라며 “정부가 미국인을 해치면 결코 정의를 벗어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BBC는 코티와 엘셰이크가 받고 있는 8가지 혐의는 최고 무기징역형이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라면서 이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 정부 모두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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