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 쿠웨이트 신임 국왕, 새 왕세제에 이복동생 메샬 지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8일 13시 23분


나와프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흐 쿠웨이트 신임 국왕
나와프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흐 쿠웨이트 신임 국왕
91세, 83세, 80세.

지난달 서거한 쿠웨이트 전 국왕, 자리를 물려받은 현 국왕, 이달 새로 지명된 왕세제 나이다. 가문간의 왕권 경쟁 탓에 후대 세습을 두고 미묘한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일단 안정을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던졌다. 전임 국왕과 현 국왕, 새 왕세제 지명자는 이복형제간이다.

알자지라는 7일(현지 시간) 나와프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흐 쿠웨이트 신임 국왕이 신임 왕세제로 이복동생 셰이크 메샬 알아흐마드를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8일 오전 쿠웨이트 의회의 추인을 받아서 정식 왕세제로 임명된다. 쿠웨이트는 국왕이 의회 해산권과 총리 지명권을 가질 만큼 절대 권력을 행사하지만, 국왕 취임과 왕세제 임명에도 의회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사바흐 알아흐마드 알사바흐 국왕이 건강 악화로 미국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지자 왕세자인 나와프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흐 국왕이 왕위를 바로 승계했다. 쿠웨이트는 헌법상 왕세제 지명을 1년 안에 해야 하는데, 통상 신임 국왕이 취임한지 한 달 정도엔 왕세제를 발표해 불확실성을 없앴다.

신임 셰이크 메샬 알아흐마드 왕세제 지명자는 1960년대 쿠웨이트 내무부에서 국가안보 분야 수장으로 근무했고, 2014년엔 국가수비대 부대표로 군사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간 인사다. 그를 두고 알자지라는 “어떤 종류의 스캔들에도 연루된 적 없고, 별다른 잡음이 없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동안 정치 분야서 별다른 야심을 드러내지 않은 무색무취한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달 전임 사바흐 알아흐마드 알사바흐 국왕을 따라 미국에 따라갔을 만큼 형제간 우애도 돈독한 편이다.

이번 왕세제 임명이 현 국왕이 자신의 친정 체제를 강화하는 의미가 강하다는 시각이 많다. 83세 고령임에도 실권자에 권력을 바로 넘기기 보다 자신이 직접 주도권을 쥐고 정국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주로 국가 안보에 치중해온 왕세제가 국내 문제에 대핸 조언자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어수선한 국내 분위기를 다잡으며, 고령인 현 국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 알자지라 등은 전 국왕의 장남이자 개혁파로 통하는 셰이크 나세르 사바 전 국방장관(72)을 왕세제에 오른 뒤 실권자로 나설 가능성도 점치기도 했다. 셰이크 나세르 사바 전 국방장관은 전 국왕 체제에서 석유 중심 경제구조를 탈피해서 산업 다각화를 꾀하는 ‘비전2035(뉴쿠웨이트 전략)’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나와프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흐 현 국왕은 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외교상으론 기존 친미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존 석유 중심 경제 구조 등에도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안정을 지향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진다.

이번 왕세제 임명을 통해서 현 국왕 가문인 자베르 가문의 우위를 보다 공고하게 다졌다는 의미도 있다. 쿠웨이트는 근대 건국의 아버지 무바라크 대제 두 아들인 자베르와 살렘 가문이 교대로 세습하는 체제였는데, 자베르 가문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이와 같은 원칙이 깨졌다.

2006년 살렘 가문에서 왕위가 나올 차례에서 살렘 가문을 대표하는 왕세제 셰이크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가 국왕에 즉위한지 건강상의 이유로 9일만에 퇴위하자 다시 자베르 가문이 왕권을 잡았고, 이후 이복형제간 왕위 세습을 이어가게 됐다.

살렘 가문은 내각에서 여전히 영향력이 강한 만큼 이들의 눈치를 보진 않을 수 없는 상황. 이번 이복형제 왕세제 지명을 통해 가문간 교대 세습 원칙을 확고하게 깨면서, 후대로 왕위를 계승할 명분을 쌓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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