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차원 조사여부 검토” 밝혀
조사착수땐 北에 ‘혐의서한’ 보내…사살-시신훼손과정 설명 요구할듯
한국은 직접 방문해 조사할 수도
유엔보고서에 ‘北인권침해’ 명시땐…국제사회 대북 압박 본격화될 듯
김정은 사과 긍정평가 정부도 부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 피살 사건에 대해 유엔이 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히면서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 압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국 정부도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7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사건의 진상 규명 및 후속 조치와 관련해 남북한 당국을 모두 압박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당시 현장에서 북한군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었고 국제 인권법에도 어긋난다는 것을 북한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 당국도 유감만 표명했을 뿐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선 “이 사건이 월북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르헨티나의 인권 변호사 출신인 킨타나 보고관은 2016년 3월 임명된 뒤 북한 인권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강하게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그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렸던 2018년에 “북한과의 회담에선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난해 11월 동료를 살해한 뒤 북송된 북한 선원 문제, 올 7월 탈북민 단체 설립허가 취소 논란 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킨타나 보고관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면 먼저 북한에 ‘혐의 서한’을 보내 우리 국민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과정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방문해서 조사할 수도 있다. 조사 결과는 킨타나 보고관이 매년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제출하는 보고서에 담길 가능성이 크다. 오준 전 주유엔 대사는 “킨타나 보고관이 제출하는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에 이번 사건을 포함시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이 이 사건을 “북한의 국제법 위반”이라고 분명히 밝힌 점도 정부에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금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 메시지를 높게 평가해 왔는데 유엔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킨타나 보고관의 진상조사를 계기로 이 씨 유족들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제2의 웜비어 사건’이 될 수도 있다. 2017년 북한을 여행하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장기 억류됐다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킨타나 보고관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고, 그해 북한에 대한 유엔 인권결의안에 담았다. 웜비어 씨 가족은 2018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미국 연방법원은 ‘북한은 5억113만 달러(약 56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씨 유족들은 웜비어 씨 가족들과 연대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정부도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7일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부가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피살 사건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냐는 질문에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강 장관과 유족 대표의 만남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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