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이하 WFP)이 올해 노벨평화상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혼란 속에서 기근과 빈곤 퇴치를 위해 헌신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WEP를 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정 이유로는 “기아를 퇴치하고 분쟁지역 평화에 기여해 굶주림이 전쟁과 갈등의 무기로 활용되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WFP의 이번 수상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와도 연관성이 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굶주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WFP는 이를 막기 위해 인상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아대응이 혼란에 맞서는 최고의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빈곤 국가에 대한 식량 지원을 통해 코로나19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다. 톰슨 피리 WFP 대변인은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후보에 오른 것으로도 충분했지만 수상까지 한건 대단한 성취”라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 기아 인구는 1억3500만 명(4월 유엔 집계 기준)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식량생산과 공급이 줄면서 연말까지 세계 기아인구는 2배 늘어난 2억7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WFP는 예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WFP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당면한 세계 기아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게 BBC 등 주요 외신들의 평가다. 알자지라방송은 “WFP는 코로나19가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굶주림도 전파할 수 있는 사태라고 경고해왔다”고 전했다.
WEP는 1961년 설립돼 1963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본부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다. ‘굶주리는 사람은 사라져야 한다’는 ‘제로 헝거’(Zero Hunger)를 구호로 내걸고 빈곤국 극빈층 지원, 개발도상국 식량 인프라 구축 뿐 아니라 유아 사망 방지, 질병퇴치 등 보건환경개선 활동도 전개해왔다. 특히 ‘세계 어느 곳이든 전쟁, 홍수, 지진, 흉작이 발생하면 WFP가 가장 먼저 도착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급 재난 발생 시 현장 지원에 총력을 다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7월에는 식량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 54만여 명을 지원하기도 했다.
WFP에 따르면 지난해 88개국 약 1억 명에게 식량과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이를 위해 WFP 소속 직원 1만7000여 명 중 90%가 항상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 WFP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비롯해 국제기구 활동 지원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점을 WFP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빗대어 비판한 것이다.
WFP는 101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단체가 수상한 건 26번째다. 노벨평화상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1833~1896년)의 유지에 따라 국가간 평화유지, 친선강화, 군사력 감축 등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게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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