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열병식서 신형 ICBM 공개에 “핵무기 우선에 실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1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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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11축(바퀴 22개) 이동식발사대(TEL) 차량에 실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11축(바퀴 22개) 이동식발사대(TEL) 차량에 실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미국 정부와 군사 전문가들은 10일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것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이날 열병식과 관련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북한이 주민들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금지돼 있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내세웠던 (비핵화에 대한) 비전을 계속 이어나가려 한다”며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을 하자고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퍼레이드와 관련된 보도들을 잘 알고 있다”며 “분석을 하고 있으며 지역 동맹국들과 (이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군사 전문가들도 본보의 질의에 북한의 신무기 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북한 당국이 민생 문제보다 주변국을 위협할 미사일을 만드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은 올해 태풍과 식량 불안, 국제 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타격을 입었음에도,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점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에 대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이동형 미사일로서 더 크고 파괴력이 강한 핵무기를 미국 도시나 군사기지로 보낼 수 있게 됐다”며 “한 미사일에 여러 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북한은 하나의 미사일로 한꺼번에 다양한 타깃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군사 퍼레이드는 도발적이지는 않았지만 과시적이었다”며 “북한의 핵무기가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김정은의 연설은 미국에게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이번 행사는 북한의 핵위협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던, 북한은 2021년에 새로운 ICBM을 시험 발사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핵무기나 미사일 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전통적인 무기들까지 두루 군사력을 높여왔다는 점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며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군사력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본보에 “김정은은 감성적인 연설을 통해 한국과의 대결을 최소화하면서 평화적인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며 “하지만 북한의 군사력이 양과 질 모두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윗에서 “북한은 시스템의 개선과 증강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상적인’ 핵 강국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들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썼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도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는 비용이 한 대당 10억 달러씩 든다”며 “우리가 요격기를 개발하는 속도는 북한이 탄두를 만드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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