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이후 처음으로 공개 행사에 참석했다. 입원 당시보다 다소 건강해진 모습이었지만 음성 판정 여부를 밝히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세 강행군’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사우스론 앞에서 ‘법·질서를 위한 평화적인 시위’ 행사를 열고 수백 명의 지지자 앞에 섰다. 5일 군병원에서 퇴원한 지 닷새 만이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을 감안해 군중들과 거리를 두면서 백악관 발코니 위에서 연설했지만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인 백인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색인종 공략에 집중했다. 그는 “졸린 조 바이든(민주당 대선후보)은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들을 배신했다”며 “그가 이 나라를 잘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 대다수는 흑인과 히스패닉이었다. 또 그는 “백신이 곧 나오면서 바이러스는 사라질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당초 예정했던 2000여 명에 훨씬 못 미치는 500여 명만 참석했다. 행사 참석자들 중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많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지키지 않았다.
대통령 주치의 숀 콘리 박사는 성명에서 “대통령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격리 종료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점에 더해 오늘 아침(10일) 코로나 유전자검사(PCR) 표본 검사 결과 대통령이 타인을 전염시킬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 기분이 좋다”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연설 길이는 짧았다. NYT는 “집회에서 90분 이상 연설한 적도 많지만 이번 연설은 18분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추측이 나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2일부터 사흘간 경합주인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아이오와주의 공항에서 차례로 대규모 유세를 벌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경합주의 표심을 얻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6∼9일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54%)가 트럼프 대통령(42%)을 12%포인트 앞섰다. 지난달 21∼24일 실시한 같은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10%포인트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 이후 격차가 더 벌어졌다.
15일로 예정됐던 2차 대선후보 TV 토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상토론 방식’이란 점에 반대하며 거부해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 TV 토론은 22일에 한 차례만 더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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