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러시아의 휴전 중재에도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지주(州)’ 영유권을 놓고 산발적인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휴전을 이끌어낸 러시아는 양국에 휴전 협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과 타스통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슈샨 스테파냔 아르메니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아제르바이잔군이 분쟁 지역 남부 전선을 집중적으로 포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메니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에서 “아제르바이잔이 터키의 지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휴전을 원하고 있다”며 정전 협정 위반 여부를 가려낼 검증 기제 개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 중인 나고르고-카라바흐주 당국도 아제르바이잔군이 분쟁 지역 남부에서 대규모 적대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주당국은 아제르바이잔군이 분쟁지역에 위치한 마을 하드루트(hadrut) 점령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공군 소속 SU-2 전투기를 격추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같은날 아르메니아 측의 주장을 ‘허위 정보’라고 모두 일축한 뒤 “아제르바이잔은 휴전 협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맞섰다. 아르메니아군이 분쟁지역 밖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 마을들을 포격했다고 주장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이날 터키 언론과 인터뷰에서 터키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간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산하 민스크그룹 공동 의장국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의장국은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다. 터키는 아제르바이잔의 핵심 우방국이다.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은 이날 아르메니아가 정전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 국방장관과 통화에서도 아르메니아군은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에서 즉각 철수하고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터키는 영토 회복을 위한 아제르바이잔의 공격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다만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아르메니아 외무장관과 회담 직후 아제르바이잔의 요구에도 향후 평화회담 형식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평화협상을 위해서는 양측간 완전한 휴전이 필요하다고도 촉구했다.
한편,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가 지원하는 ‘아르메니아 민족군’이 실효 지배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는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자치주였다.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소련 붕괴 이후인 1988년 독립을 선언하고 아르메니아와 통합을 꾀했지만 아제르바이잔은 거부하고 통제권 회복을 시도했다. 1992~1994년 양측간 대규모 무력 충돌이 벌어졌고 이후에도 수차례 분쟁이 되풀이됐다. 양측은 지난달 27일부터 또다시 무력 충돌을 벌여 민간인 수백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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