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배우 갤 가돗(35·사진)이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마지막 왕이자 미인의 대명사인 클레오파트라 7세를 다룬 전기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되자 아랍권이 부글거리고 있다. 현재 아랍권에 속하는 이집트의 역사적인 인물을 아랍과 갈등을 겪어온 이스라엘 출신이 맡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가돗은 이스라엘군에서 2년간 복무했고, 2014년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지지하는 글을 써 아랍권에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인물. 카타르 등은 과거 가돗이 출연한 헐리우드 영화 ‘원더우먼’을 상영 금지하기도 했다.
12일 이집트 영문매체인 이집션스트리트에 따르면 가돗이 클레오파트라 역을 맡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북아프리카계 혈통 여배우가 클레오파트라가 돼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영화 각본을 쓴 라에타 칼로그리디스는 “클레오파트라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케도니아 그리스인 여성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부관으로 이집트를 지배한 마케도니아인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후손인 만큼 그리스계라는 게 정설로 여겨졌다. 그러나 BBC가 2009년 클레오파트라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동생 아르시노에 공주 무덤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유골을 분석했는데, 어머니가 아프리카인이라는 결과가 나와 클레오파트라가 혼혈이란 주장도 최근 힘을 얻고 있다.
가돗이 출연키로 한 클레오파트라 영화는 1963년 동명작의 리메이크 작품인데 당시에도 주연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유대교 신자에 이스라엘을 공공연히 지지해온 탓에 이집트에선 상영이 금지됐었다. 영화 촬영도 이집트 대신 대부분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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